어디서 시작됐는지, 어디서 끝나는지 보이지도 않는 긴 줄. 뙤약볕 아래 양산까지 받쳐가며 사람들이 기다리는 것은 인기 가수의 콘서트 표도, 한정판 게임도 아닌 ‘취업 박람회 입장권’이다. 살인적인 취업난은 지구 반대편 브라질에서도 진행 중이다.
세계은행 통계에 따르면 2014년 경제 위기가 일단락된 2017년 브라질의 실업률은 13.32%, 청년실업률은 30.21%까지 치솟았다. 우리나라의 실업률과 청년실업률이 각각 4.7%, 9.5%인 것을 생각해보면 엄청난 수치다. 이후 경제성장률이 회복세로 돌아서며 브라질 시민들은 화려한 재기를 꿈꿨지만, 브라질의 실업률은 오르락내리락하며 여전히 12%~13% 언저리에 머물고 있다.
브라질은 천연자원, 인구, 영토 모두 모자람이 없고 다수의 자원수출국과는 다르게 공업 역시 발달해 경제적 잠재력이 크다. 하지만 정치적 불안정성이 높다. 부정부패로 인해 최근 3년 동안 탄핵정국을 두 번이나 겪었다. 이런 와중 새로 당선된 극우 포퓰리스트 성향의 자이르 보우소나르 대통령의 부적절한 발언과 급진 정책으로 사회적 갈등이 심해지자 해외투자도 주춤하고 있다.
이처럼 불확실한 경제ㆍ정치적 상황 속에서 갈 길 잃은 구직자들은 작은 탈출구라도 찾기 위해 발버둥 친다. 보우소나르 대통령과 파울로 게드스 경제부장관이 ‘모든 공기업의 민영화’를 지지하는 입장이라 공공부문 일자리를 기대할 수도 없다. 애초에 현재 있는 공무원들의 봉급도 밀릴 정도로 정부 재정은 파탄 난 상태다.
슬프게도 이 취업 한파는 우리나라와 브라질만의 문제가 아니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은 53.4%라는 OECD 최고의 청년실업률을 보이며 독보적인 행보를 이어가는 중이다. 국가부도사태의 여파에서 헤어나오지 못한 그리스가 43.6%로 이를 뒤쫓고 있다. 이라크에서는 지난해 일자리를 요구하는 구직자들을 진압하기 위해 총기로 무장한 군 병력을 동원하기도 했다. 세계 곳곳의 청년들의 ‘내 차례는 언제 오나’하는 우울한 공감대를 형성하는 세상이다.
이한호 기자 ha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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