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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환시장 개입 내역 첫 공개… 개입 규모 미미했지만 환율주권 제약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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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환시장 개입 내역 첫 공개… 개입 규모 미미했지만 환율주권 제약 커졌다

입력
2019.03.29 17:38
수정
2019.03.30 11:16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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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환시장 안정조치 내역을공개하는나라. 그래픽=박구원 기자
외환시장 안정조치 내역을공개하는나라. 그래픽=박구원 기자

원ㆍ달러 환율에 대한 우리 외환당국의 시장 개입 내역이 처음으로 공개됐다. 첫 공개 대상이 된 작년 하반기엔 개입 규모가 미미해, 이를 의심했던 미국으로부터의 환율조작국 지정 압력은 좀 더 낮아질 전망이다. 하지만 수출입 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에 ‘적정환율’을 지킬 ‘환율 주권’은 이번 공개로 상당히 훼손됐다는 우려가 나온다.

◇달러 매도가 1.8억 더 많아

한국은행과 기획재정부는 29일 한은 홈페이지를 통해 작년 하반기 외환시장 안정조치 내역을 공개했다. 특히 당국은 지난해 하반기 달러화 순거래액(매수액-매도액)이 -1억8,700만달러였다고 처음 밝혔다.

이는 작년 하반기 우리 정부가 외환시장에서 달러화를 사들인 규모보다 판 액수가 더 많았다는 의미다. 다만 매수ㆍ매도 각각의 규모는 공개되지 않았다. 한은 관계자는 이에 대해 “최근 환율이 굉장히 안정적이어서 개입의 폭도 크지 않았다”며 “매수ㆍ매도 어느 쪽으로도 치우치지 않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공개는 지난해 5월 당국이 발표한 ‘외환정책 투명성 제고방안’에 따른 것이다. 당국은 올해 상반기까지는 반기별(1단계)로, 3분기부터는 분기별(2단계)로 3개월의 시차를 두고 달러 순거래 규모를 공개할 예정이다.

이는 매년 4월과 10월 두 차례 발표되는 미국의 환율보고서와 관계가 깊다. 만성 무역적자에 시달리는 미국은 주요국의 환율 동향을 늘 주시하는데, 한국과 중국 등 적자폭이 큰 나라에는 “환율을 조작(가치 절상)한다”는 의심을 거두지 않고 있다. 실제 35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시장개입 내역을 공개하지 않는 곳은 그간 우리나라가 유일했는데, 이번 공개는 미국의 환율조작국 지정 압력을 낮추기 위한 고육지책 성격이 크다.

미국 재무부의 환율조작국 지정요건은 △대미 무역흑자 200억달러 이상 △국내총생산(GDP) 대비 경상흑자 비율 3% 초과 △외환시장 ‘한 방향’ 개입(GDP 대비 순매수 비중 2% 초과) 등이다. 지금까지 한국은 대미 무역흑자와 경상흑자 비율이 지정요건에 해당돼 계속 ‘환율조작국 관찰대상’에 포함됐으나, 지난해 무역흑자가 200억달러 밑으로 떨어진데다 환율개입 정도도 미미한 수준으로 공개돼 향후 환율조작국 지정 우려는 더 낮아질 전망이다.

원ㆍ달러 환율 변동폭 추이. 그래픽=박구원 기자
원ㆍ달러 환율 변동폭 추이. 그래픽=박구원 기자

◇”환율정책 제약 불가피”

하지만 외환당국의 고민은 더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수출 의존도가 높은 경제 구조상, 수출에 불리한 원화가치 단기 급등을 막으려면 어느 정도의 환율방어 정책은 필수적이다. 그런데 앞으로 개입내역이 공개되면 환율방어 관련 조치에 예전보다 부담이 생길 수밖에 없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유럽처럼 매일 거래내역을 공개하는 수준까진 아니지만 분명 종전보다는 환율 정책에 제약이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가령 외환보유액이 부족해 달러를 늘려야 하는 상황에서도 대규모 매입에 눈치를 봐야 할 수 있다.

환율이 비교적 안정적이었던 작년과 달리 올해는 외환시장 상황도 불안하다. 최근 무역흑자 폭이 계속 감소하면서 조만간 경상수지가 적자로 돌아설 가능성도 있는데, 통상 경상적자는 외화조달비용을 높여 원화 약세를 야기한다. 이때 외국자본이 시장에서 급격히 빠져나가는 것을 막으려면 당국이 적극 달러를 공급해 원화가치를 올려야 하는데 개입 내역 공개로 주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신세돈 숙명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지금의 외환시장은 폭풍전야”라며 “2, 3분기부터는 환율이 급변할 수 있어 시장 불안을 막기 위한 조치가 강구돼야 한다”고 말했다.

장재진 기자 blan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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