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 경기둔화 조짐이 예사롭지 않다. 안으로는 수출이 부진의 늪을 빠져 나오지 못하는 가운데 생산ㆍ소비ㆍ투자 등 산업 활동 전반의 후퇴 양상이 심각해지고 있다. 글로벌 경기 역시 ‘R(Recessionㆍ경기침체)의 공포’가 가중되는 분위기다. 미중 무역전쟁과 미국 경기 둔화 우려에 더해 최근엔 영국의 ‘브렉시트(영국의 EU탈퇴) 위기’까지 겹치며 주요국 지표와 금융시장 곳곳에 위기 징후가 속출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9일 “우리 경제가 올해 들어 개선된 모습을 보이고 있어 다행”이라고 했다. 지난해 10월 이후 연속 후퇴한 산업 생산이 1월에 반등하고, 정부 일자리 사업 영향이지만 2월 취업자 수가 반짝 회복한 것에 반색했다. 하지만 불과 열흘 만인 29일에 나온 2월 산업 활동 동향은 대통령의 발언이 무색할 정도로 참담하다. 산업 생산은 전달보다 1.9% 줄어 5년 11개월 만에 가장 크게 감소했고, 소비와 투자도 동반 후퇴해 지난해 12월 이래 3개월 만에 생산ㆍ소비ㆍ투자가 동시에 감소하는 ‘트리플 감소’가 재현됐다.
대외 여건 악화 조짐도 심상찮다. 현지 금융시장에서 장ㆍ단기 금리 역전 등 경기 침체 우려가 다시 확산되는 가운데, 미국 상무부는 자국의 지난해 4분기 성장률을 잠정치 대비 0.4%포인트 낮춘 2.2%로 하향 조정했다. 올해 1분기 성장률도 1%대까지 하락할 것이라는 비관론이 파다하다. 유럽, 일본도 마찬가지다. 브렉시트 불확실성이 증폭되면서 영국 파운드화가 급락하고, 독일 국채(10년물) 금리가 일본과 함께 마이너스대로 진입하는 등 글로벌 금융시장이 요동치는 상황이다.
‘R의 공포’로 글로벌 자금이 선진국으로 쏠리는 ‘안전자산 회귀’ 현상이 더 확산되면 외국인 자금의 국내 이탈도 우려된다. 수출 부진에다 외국인 투자자 배당금 해외 송금 시기가 겹쳐 자칫 경상수지까지 적자로 돌아설 가능성이 크다. 상황은 부지불식 간에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금리인하 검토 발언을 할 정도에 이르렀다. 정부는 추경 등 적극적 재정정책을 펼 태세지만, 생산 유발 효과를 극대화할 재정 활용 방안에 대해서는 허둥거리는 모습이다. 비상한 각오로 전환적 대책이 강구돼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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