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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부 카톡방담] 황교안 청문회야? 민원 청문회야? 공격도 수비도 뒤죽박죽

입력
2019.03.30 10:00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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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역민원 해준다 했으니 질의 마친다”는 황당한 의원들 

 “하루만 버티자” 은근슬쩍 넘어가는 ‘송구합니다 청문회’ 

지난 27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에서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의 인사청문회가 열린 가운데 자유한국당 이종배 의원이 박 후보자의 과거 청문회 동영상을 틀면서 항의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27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에서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의 인사청문회가 열린 가운데 자유한국당 이종배 의원이 박 후보자의 과거 청문회 동영상을 틀면서 항의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정부 2기 장관후보자 7명에 대한 인사청문회로 정치권이 뜨겁게 달아올랐다. 청문회 시작 전부터 제기된 꼼수증여, 위장전입, 다운계약서, 세금미납 등 후보자들의 흠결이 재확인됐다.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은 7명에 대한 인사청문 경과보고서 채택을 거부하는 분위기다. 여권 일각에서조차 청와대의 검증부실 책임론은 물론 ‘보고서 채택 불발’과 ‘임명 강행’의 악순환에 대한 싸늘한 국민여론을 우려하고 있다. 후보자들은 청문회 하루 소나기만 피하면 된다는 인식이 엿보이는가 하면, 후보자 망신주기 수준에 머문 일부 의원들의 행태도 문제였다. 여의도 풍경을 놓고 본보 국회팀이 카톡방에 모였다.

광화문 불나방(불나방)=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후보자는 김학의 전 차관 동영상CD와 관련한 황교안 한국당 대표와의 논쟁으로 새로운 이슈를 제기했어요. 검증대상자가 아니라 ‘청문회 공격수’였던 모습을 다시 확인시켰죠.

여의도 정론관(정론관)=청문회를 지켜봤던 기자들은 박영선 의원이 후보자라기 보다 마치 회의를 진행하는 위원장 같다는 말까지 나올 정도였습니다. 본인 특유의 공격수 본능을 숨기지 못한 거죠. 그래서 오만하고 얄밉다는 평가도 있었습니다. 한편으론 야당 의원들이 날카롭게 추궁을 하지 못해 박 후보자에게 말려들었다는 이야기도 나옵니다.

{저작권 한국일보}다시장관 후보자들의 주요 의혹과 쟁점-박구원 기자/2019-03-29(한국일보)
{저작권 한국일보}다시장관 후보자들의 주요 의혹과 쟁점-박구원 기자/2019-03-29(한국일보)

가끔 혼술(혼술)=민주당은 웃음을 감추지 못하는 분위기입니다. 몇몇 민주당 의원들에 전화를 돌려 보니 “박 의원에 상이라도 줘야 하는 것 아니냐”는 반응까지 나왔는데요. 각종 의혹들로 사방에서 두들겨 맞던 7명 장관 청문회를 단숨에 ‘황교안 청문회’로 바꿔 버렸기 때문이죠. 황교안 의혹을 꺼내 들고, 페이스북을 통해 추가적인 의혹을 제기한데다가, 박지원 민주평화당 대표가 라디오 출연에서 절묘하게 서포트를 해줬죠. 눈덩이 굴리듯 이슈가 커진 걸 보면 공격수란 이름이 허명이 아니라는 게 느껴졌죠.

여의도 치맥 맛좀 볼래=박 후보자는 마음을 단단히 먹고 온 것 같습니다. 보통 인사청문회 날짜가 확정되면 관례상 여당은 물론 야당 의원들에게 전화라도 해서 인사를 하는데, 박 후보자는 그렇지 않았다는 얘기가 있어요. 할 말은 하겠다, 맞서 대응하겠다고 한 거죠.

광화문 찍고 여의도(찍고)=충분히 '내로남불'이란 비판을 듣고도 남을 장면도 있었어요. '평창패딩'을 어떤 의원에게 빌렸냐는 질의에 "해당 의원의 프라이버시"라며 "그 의원이 직접 밝힐 것'이라고 맞선 대목이 특히 그랬죠. 장관 후보자가 국민들로부터 '의원갑질' '특혜' 의혹을 받았던 평창패딩에 대해 청문회 자리에서 적극 해명하긴커녕 "프라이버시"를 운운한 것은 납득이 되지 않아요. 어차피 본인이 직접 밝히겠다고 한 거라면 청문회 자리에서 밝힐 수 있도록 그 의원을 설득했어야죠. 여기에 유방암 수술 병원과 일시를 질의한 의원에게 "전립선암 수술을 했느냐고 물으면 어떻겠느냐"고 감정적으로 맞받아친 것도 적절치 않은 대응이었어요.

불나방=최정호 국토교통부장관 후보자는 ‘똘똘한 3채’를 보유한 게 쟁점이 됐죠. 시중에서 가장 핫한 강남, 분당, 세종 3곳이니 ‘투자의 달인’으로 볼 수 있겠죠.

임금님 귀는 당나귀=여권에선 애초 최 후보자에 대해 전형적인 관료의 삶을 살아 청문회에서 문제가 될 게 없다고 자신했습니다. 부동산 문제도요. 중앙행정부처 고위직 관료라면 집을 서울 강남에 한 채, 세종시에 한 채 갖고 있는 경우가 드물지 않다는 거죠. 해외근무를 나가기 전에 집을 한 채 사두는 것도 관료들 사이에서는 재테크의 기본으로 통합니다. 최 후보자도 미국으로 파견근무를 가기 전 문제가 된 서울 잠실의 아파트를 구매했죠. 그들만의 리그에서 벌어지는 일상이, 국민들의 삶과 얼마나 동떨어져 있는 것인지를 아는지 모르겠습니다.

혼술=민주당 내부에서도 “왜 이런 사람을 장관후보자로 올렸는지 모르겠다” “청와대 인사검증에 문제가 있다”는 반응이 나왔습니다. 부동산과 전쟁을 벌여 집값을 잡겠다는 청와대가, 부동산 투기 의혹을 가진 관료를 부동산 담당 장관에 앉힌다는 게 도저히 납득이 되지 않기 때문인데요. 우리나라에 국토부장관 할 사람이 그렇게 없는 건지, 청와대가 코드인사 하느라 국민 눈높이는 무시해도 된다는 건지 의문이 듭니다.

불나방=김연철 통일부 장관후보자는 과거 막말과 이념적 편향성을 놓고 여야 공방이 치열했죠. 천안함 폭침이 '우발적 사건'이라고 했던 발언을 이번에 "북한에 사과를 요구할 수도 있다"고 물러섰는데요. 이렇게 손바닥 뒤집듯이 말을 뒤집으면 청문회 발언을 또 뒤집을 수 있지 않나요.

정론관=청문회를 ‘하루 푸닥거리’ 정도로 생각하기 때문이겠죠. 무조건 자세를 낮추고 야당 의원들이 원하는 답변을 하면서 은근슬쩍 넘어가려고 하는 거죠. 이번 청문회는 정도가 더욱 심해 ‘송구합니다 청문회’란 말까지 나왔습니다.

혼술=김 후보자는 대표적인 햇볕론자로 평가되는데요. 미국의 눈치를 보는데 급급하다는 평가를 받는 통일부나 외교부의 분위기를 반전시켜 남북관계 개선을 강하게 끌고 가겠다는 게 청와대의 의중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습니다. 이에 여권에선 오히려 김 후보자의 SNS 막말을 ‘관용적’으로 보는 분위기인데요. 통일부장관으로의 역할과 과거 강성 언행이 딱 맞아 떨어진다는 의견입니다.

찍고=가장 큰 논란 중 하나가 김 후보자의 막말인데요. 청와대 인사검증을 받아본 한 야당 의원은 "아마 청와대가 사전에 인지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크다. 제 발등을 찍은 것"이라고 보더군요. 통상 청와대 인사라인에서 검증을 할 때는 인사 자료를 토대로 검증을 하고, 해당 인사에게도 "문제될 만한 것이 있느냐"고 물어본다고 하네요. 이 때 대부분은 크고 작은 비리를 술술 고백하는데, 여기서 "제가 사실 SNS에 막말을 했어요"라는 말을 하지는 않는다는 거죠. 만약 청와대가 SNS 막말을 미리 알았다면 지명 발표 전에 SNS 계정을 닫으라고 하지 않았을까요? 알고서도 지명했다면 국민 상식에 반한 거고, 몰랐다면 최근 세태를 따라가지 못한 셈이니 '검증 소홀'이란 비판은 피할 수 없어 보입니다.

불나방=일부 의원들은 청문회 자리를 망각한듯 자신의 지역민원을 부탁하는 추태도 벌어졌죠. 최정호 국토부장관 후보자 청문회때는 여야 가릴 것 없이 지하철이나 철도건설 등 민원사업을 챙겨달라고 호소했는데요.

벚꽃피는 윤중로=야당 의원조차 민원성 사업을 요구하곤 "해준다고 했으니 질의를 마치겠다"고 하는 황당한 장면들이 있었죠. 최 후보자 인사청문회 막판은 누가 공격수고 수비수인지를 분간하기 어려울 정도였어요. 전 정권에서 차관 인사검증을 통과했던 사람이니 '이정도 질책했으면 됐다. 이제 지역 숙원사업을 챙기자'는 마음이었을지 모르죠.

불나방=이렇게 문제투성이 후보자들을 내놓는 이유에 대해 여당 의원들은 어떻게 평가하나요.

정론관=겉으로는 장관 후보자를 감쌌지만, 일부 민주당 의원들은 술자리에서 한숨을 내쉬기도 합니다. 여당이 보기에도 문제가 있어 보인다는 것이죠. “나 같으면 이런 사람 추천 안 했을 것”이라고 에둘러 비판합니다. 그렇지만 7명 모두를 문제 삼는 야당의 태도는 ‘무조건 반대’와 다를 바 없어 지나치다는 의견이 대다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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