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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트럼프의 선물, 골란고원

입력
2019.03.29 18:00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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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 역사에서 대표적인 외부 조력자는 페르시아 제국을 건설한 키루스 대왕과 영국 외무장관 아서 밸푸어, 미국 대통령 해리 트루먼이다. 키루스 대왕은 기원전 6세기 바빌론의 유수를 당한 유대인들을 귀환시켰다. 밸푸어는 1차 대전 중 유대 국가 건설을 약속했고, 트루먼은 1948년 이스라엘이 건국을 선포하자 11분 만에 국가로 처음 인정했다. 유대인들이 기억하는 역사적 조력자에 최근 한 명이 추가됐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아주 특별한 분’이라며 이들 3인에 견준 것이다.

□ 트럼프가 국제법을 어겨가며 골란고원을 이스라엘 영토로 인정하는 포고문에 서명한 것에 대한 고마움의 표시다. 시리아 영토인 골란고원은 레바논, 요르단에도 접한 전략적 요충지이고, 그래서 세계의 화약고로 불린다. 이스라엘이 1967년 3차 중동전쟁(6일 전쟁)을 통해 점령∙병합한 뒤 유대인을 정착시키고 있다. 지난해 12월 예루살렘을 수도로 인정해준 데 이은 트럼프의 선물에 이스라엘로선 고개를 숙이지 않을 수 없다. 동예루살렘도 국제법상 이스라엘 영토가 아니다.

□ 이 정도라면 네타냐후가 “당신보다 더 좋은 친구를 가져본 적이 없다”고 치켜세운 게 이상하지 않다. 원래 이스라엘은 골란고원을 시리아와의 평화협상에서 ‘당근’으로 주려 했었다. 수상한 것은 오히려 중동의 움직임이다. 예전 같았으면 반미를 외치며 ‘벌집’이 되고 전운이 감돌아야 맞다. 지금은 트럼프의 포고문에 비판은 하지만 그 이상은 아니다. 당사국인 시리아의 바샤르 알 아사드 정권이 유엔 안보리 소집을 요구하며 반발하고 있으나, 자국민을 가스로 살상한 이의 호소에 반응은 차가울 수밖에 없다.

□ 달라진 반응의 배경에는 중동의 분열이 있다.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의 갈등, 시리아 내전도 중동의 지형을 바꾸고 있다. 종교, 인종에 기대어 아랍권 단결을 호소하는 것은 비현실, 수니파 국가들이 이란 견제를 위해 이스라엘과 손 잡는 건 현실이 됐다. 적의 개념이 모호해진 중동에서, 트럼프의 조치는 팔레스타인을 압박해 중동 평화협정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란 분석도 있다. 하지만 장차 제2의 사담 후세인이 쿠웨이트를 병합한다면 미국이 국제법 위반을 명분으로 개입할 수 있을까, 의문은 남는다. 명분이 동반되지 않은 트럼프식 실리외교가 얼마나 지속될지 궁금하다.

이태규 뉴스1부문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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