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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나 유동성 위기에... 박삼구 회장 전격 사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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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나 유동성 위기에... 박삼구 회장 전격 사퇴

입력
2019.03.29 04:40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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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양호 이어, 양대 항공사 수장 퇴진… 당분간 비상경영委 체제 

박삼구 회장이 퇴진한 2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우정국로 금호아시아나 본사. 연합뉴스
박삼구 회장이 퇴진한 2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우정국로 금호아시아나 본사. 연합뉴스

박삼구(74)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경영 일선에서 전격 퇴진한다. 그룹 핵심 계열사인 아시아나항공이 최근 회계법인으로부터 감사의견 ‘한정’ 판정을 받아 한 때 주식 거래가 정지되는 등 심각한 경영상의 위기가 발생하자 책임을 지고 사퇴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이다. 기업 신용도에 큰 상처를 입은 아시아나항공의 유동성 위기가 그룹 전체로 확산하는 것을 막기 위한 고육책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앞서 27일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대한항공 주주총회에서 사내이사직을 잃은 데 이어 박 회장도 물러나면서 국내 양대 항공사 수장이 동반 퇴진하게 됐다.

28일 금호아시아나그룹에 따르면 박 회장은 그룹 회장직과 아시아나항공, 금호산업 등 2개 계열사의 대표이사직, 등기이사직에서 모두 사퇴하기로 했다. 박 회장은 이날 사내게시판에 ‘그룹 임직원들에게 보내는 글’을 올려 “아시아나항공의 감사보고서 논란과 관련해 그룹이 어려움에 처하게 된 책임을 통감하고 그 책임을 다하기 위해 퇴진을 결정했다”며 “주주와 채권자에 대한 책임을 다하기 위한 퇴진이, 임직원 여러분들에게는 저의 책무를 다 하지 못한 것이라는 모순에서 많은 고심을 했다”고 밝혔다.

앞서 아시아나항공은 삼일회계법인에 2018년 재무제표 자료를 제대로 제출하지 않아 감사보고서 ‘한정’ 의견을 받았다. 이 때문에 아시아나항공은 지난 22일 관리종목으로 지정되면서 주식거래가 일시 정지됐고, 이후 한국신용평가와 NICE신용평가 등 신용평가사는 아시아나항공의 신용등급 전망의 하향 조정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시장의 신뢰를 잃으면서 아시아나항공은 금융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하는 데 어려움을 겪기 시작했다. 아시아나항공이 올해 갚아야 할 차입금만 9,578억원에 달하는 데 지난해 연간 영업이익(282억원)의 34배에 달하는 수준이다. 지난해 기준 부채비율은 903.6%나 된다.

그런데 이런 상황에서 아시아나항공이 지난해 실적을 속이는 듯한 인상을 줘 금융시장에 혼란을 키웠다. 아시아나항공은 삼일회계법인에 지난해 연간 매출액 6조7,893억원, 영업이익 887억원, 당기순손실 1,050억원의 감사보고서를 제출했다가 ‘한정’ 의견을 받았다. 운용리스 정비 및 마일리지 충당금 등이 반영되지 않았다는 이유였다. 이후 아시아나항공은 매출액 7조1,834억원, 영업이익 282억원, 당기순손실 1,959억원으로 보고서를 수정 제출해 삼일회계법인으로부터 ‘적정’ 의견을 받았다. 영업이익이 3분의 1이나 줄어들었고, 당기순손실 규모는 2배로 커졌다.

아시아나항공은 1조2,000여억원 규모의 자산유동화증권(ABS)을 발행했는데, ‘국내 신용평가사 중 한 곳이라도 아시아나항공의 신용등급을 한 단계 낮추면 즉시 상환 조건이 발동한다’는 특약이 걸려 있다. 이렇게 되면 아시아나항공이 올해 갚아야 할 돈은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때문에 박 회장의 이번 퇴진은 금융시장의 불신을 잠재우면서 채권은행인 KDB산업은행에 도움을 요청하기 위한 고육책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박 회장이 26일 저녁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을 만나 아시아나항공의 금융시장 조기 신뢰 회복을 위해 협조를 요청했다고 밝혔다. 아시아나는 지난해 산업은행과 기업 정상화를 위한 재무구조 개선 약정(MOU)을 맺고 자구계획과 차입계획을 시행중이었다. 산업은행은 이 회장이 박 회장을 면담한 자리에서 아시아나항공의 신뢰 회복 방안 제출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금융위원회는 금호아시아나그룹이 경영개선 계획을 발표하는 대로 그 내용을 보고 지원 방안을 결정하겠다는 방침이다. 업계 관계자는 “박 회장이 자신의 퇴진을 조건으로 산업은행에 전폭적인 지원을 요청하는 딜을 했을 가능성이 있다”며 “박 회장으로서는 아시아나항공의 경영 정상화 이후 경영진에 복귀하면 실리를 챙길 수 있다”고 말했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당분간 이원태 부회장을 중심으로 그룹 비상 경영위원회 체제를 운영하고, 빠른 시일 안에 외부인사를 그룹 회장으로 영입한다는 계획이다. 그룹 관계자는 “박 회장이 그룹을 살리기 위해 전문경영인 체제를 도입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라고 말했다.

김현우기자 777hyunw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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