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을 읽어 드립니다
김경훈 지음
시공아트 발행ㆍ348쪽ㆍ1만6,000원
곳곳에 사진이다. 사람들이 습관처럼 스마트폰으로 찍은 사진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바로 유통된다. 필름을 구해서 카메라에 넣고 초점을 맞춰 신중하게 셔터를 누른 후 필름을 현상해 인화하는 과정을 거치는 사람은 이제 거의 없다. 누구나 찍고 결과물을 즉각 확인한 후 사람들과 바로 공유한다. 사진 과잉의 시대, 사진은 일상이 됐다.
사진을 생산하고 소비하는 방법은 크게 달라졌다지만 정보를 전달하고 때론 현실을 왜곡하는 사진의 속성은 딱히 변하지 않았다. 사진이 담고 있는 의미, 사진 이면에 숨겨진 이야기는 여전하다.
‘사진을 읽어 드립니다’는 사진이 품고 있거나 사진과 얽힌 이야기를 다룬다. 저자는 국내 일간지에서 일을 시작한 후 2002년부터 로이터통신에서 근무하며 동남아 쓰나미 참사, 동일본 대지진, 세월호 참사 등을 취재한 베테랑 사진기자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사진 속 잘 알려지지 않은 사연이 흥미롭다. 녹두장군 전봉준(1855~1895)이 들것에 실려 어딘가로 이송되는 사진은 한국사람이라면 한번쯤 봤을 만하다. 사진을 찍은 이와 촬영 과정을 잘 알려지지 않았다. 일본 신문사 메사마시의 사진기자 특파원 무라카미 텐신이 당시 일본 영사의 허락을 받아 일본 영사관에서 법무아문으로 옮겨지는 전봉준을 촬영했다. 전봉준이 일본의 조사를 받은 후였다. 전봉준의 사진에는 망국 위기에 놓인 조선의 현실이 깔려 있던 셈이다.
전설적인 종군 기자 로버트 카파의 유명한 사진 중 하나인 ‘어느 공화군 병사의 죽음’을 둘러싼 여러 의혹에 대한 글도 눈길을 끈다. 카파는 헝가리 출신 미국 남성으로 알려졌지만, 앙드레 프리드먼과 그의 연인이자 사진가였던 게르다 타로가 만들어낸 가상의 인물이다. 프리드먼과 타로는 자신들의 일천한 경력으로는 사진을 언론사에 팔기 어렵다고 생각했다. 두 사람은 자신들이 찍은 사진을 구분하지 않고 카파 이름으로 내놓았는데, 타로가 죽고선 프리드먼이 온전히 카파가 된 과정을 책은 상세히 서술한다. 1936년 당시 카메라 기술로는 연속 촬영이 쉽지 않았다는 점 등 여러 과학적 근거와 자료를 제시하며 ‘어느 공화군 병사의 죽음’은 프리드먼과 타로 중 누구의 솜씨가 빚어낸 결과인지 알 수 없다는 가설을 내놓는다.
저자는 “사진이 언어가 되어 버린 지금, 우리는 사진이란 언어를 어떻게 사용해 왔으며 앞으로 어떻게 사용하면 좋을지 한번쯤 고민해 보면 어떨까라는 생각”에 책을 썼다고 밝힌다. 사진이 넘쳐나는 시대, 책은 사진의 역할과 의미를 새삼 돌아보게 한다.
양승준 기자 come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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