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6학년 딸을 둔 직장인 한모(39)씨는 딸을 위해 지난해부터 음원사이트 월정액 서비스를 결제해주고 있다. 한씨의 딸은 무제한 듣기(재생ㆍ스트리밍)와 MP3 다운로드(30~100곡)를 같이할 수 있는 복합 서비스 상품을 원했다고 한다. 한씨는 “딸이 MP3 다운받을 일이 있다고 하더라. 요즘 누가 다운받아 음악 듣나 싶었는데 딸이 휴대폰에 MP3 다운받아 듣는 걸 보고 신기했다”며 웃었다. 그의 딸은 아이돌 그룹 A의 팬이다.
음악을 온라인 스트리밍으로 듣는 시대에 MP3 다운로드 소비가 오히려 늘고 있다. 2018년 국내 MP3 다운로드 수는 2017년보다 31%나 뛰었다. 멜론과 지니 등 국내 주요 6개 음원 사이트의 음원 소비량을 집계하는 가온차트가 조사한 결과다.
국내 MP3 다운로드 소비의 증가는 해외의 음악 소비 흐름과도 정반대다. 미국 음악산업협회(RIAA)의 ‘2018년 미국 음악 산업 수익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에서 MP3 다운로드 수익은 전년 대비 29%가 줄었다. 음악을 소유하지 않고 접속해서 듣는 IT 시대에 자연스러운 매출 감소로 여겨진다. 하지만 한국은 달랐다. 지난 3년간 MP3 다운로드 수는 꾸준히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에서의 MP3 다운로드 소비 증가는 한국의 독특한 팬 문화와 관련이 깊다. 좋아하는 가수가 신곡이나 새 앨범을 내면 MP3를 다운받아 음원 차트의 순위를 높이려는 아이돌 팬덤의 영향이 크다. 지난해 방탄소년단을 비롯해 워너원, 트와이스 등의 활약으로 더욱 두터워진 아이돌 팬덤의 영향으로 MP3 다운로드 소비량이 덩달아 늘어난 것으로 추정된다.
국내 대부분의 음원 사이트 순위는 다운로드(60%)와 스트리밍(40%) 수를 합산해 반영된다. 다운로드 1곡에 60점을 준다면, 스트리밍 1번엔 40점을 주는 식이다. 다운로드가 스트리밍보다 음원 가격이 훨씬 높은 데다 적극적인 음악 소비 형태로 간주되기 때문이다. 아이돌그룹 B의 팬인 중학생 박모(16)군은 “새 앨범이 공개된 첫날에 주로 타이틀곡을 다운로드 한다”고 말했다. 좋아하는 가수의 신작이 음원 차트에서 높은 성적을 얻었으면 하는 바람에서다.
여러 아이돌 팬클럽들은 가수의 앨범 발매 당일 ‘다운로드ㆍ스트리밍 인증 이벤트’를 연다. 김진우 가온차트 수석연구원은 “국내 MP3 다운로드 소비량 증가는 지난해 CD 판매량 폭증과 비슷한 맥락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지난해 CD 판매량은 2011년 이후 처음으로 2,000만장을 돌파(본보 2018년 12월 18일 자 2면)했다. 아이돌 팬들이 CD를 기념품처럼 사 시장이 커졌듯, MP3 다운로드 수 증가도 같은 연장 선에서 벌어진 일이라는 것이다. CD 판매량과 MP3 다운로드 수 증가에도 대중음악의 주 소비층인 10~20대 중에 CD 플레이어로 음악을 듣거나 MP3를 다운로드해 음악을 듣는 이들을 찾기는 어렵다.
김상화 음악평론가는 “MP3 다운로드 수 증가는 창작자들에게 돌아가는 저작권료 증가 측면에선 긍정적”이라면서도 “그 성장이 차트 성적과 관련됐을 가능성이 크다는 측면에선 씁쓸한 면도 있다”고 말했다.
양승준 기자 come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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