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스코틀랜드 덤버턴주(州) 밀튼에 있는 ‘오버톤 다리(Overtoun Bridge)’. 1895년 지역 사업가인 제임스 화이트가 세운, 지상에서 15m 높이에 있는 이 석조 다리는 빅토리아시대 양식 특유의 우아함을 풍긴다. 그러나 다소 섬뜩한 사연도 품고 있다. 60년 이상에 걸쳐 수백마리의 개가 다리 밑으로 뛰어내린 것이다. 그래서 ‘강아지 자살 다리(Dog Suicide Bridge)’라는 무서운 별명으로도 불린다.
27일(현지시간) 미국 뉴욕타임스(NYT) 보도에 따르면, 오버톤 다리에서 개들이 뛰어내리기 시작한 건 1950년대부터다. 지역 조사관의 추산으로는 지금까지 총 300여마리, 타블로이드 매체 보도로는 총 600여마리가 스스로 다리 아래로 몸을 던졌다. 대부분은 부상을 입었지만, 이 가운데 최소 50마리는 안타깝게도 목숨을 잃엇다.
멀쩡히 다리를 건너던 개들이 왜 갑자기 아래로 뛰어내리는 것일까. 이같이 불가사의한 현상의 원인을 두고 갖가지 추측이 제기돼 왔다. NYT는 ‘착시현상설(說)’을 가장 그럴듯한 이유로 짚었다. 강아지들은 태생적으로 시야가 좁기 때문에 다리에 서서 계곡을 내려다봐도 수심이 얼마나 깊은지 인지하지 못하고, 그 순간 ‘뛰어내려 보자’고 판단한다는 것이다.
동물 배설물 탓이라는 가설도 존재한다. 다리 아래에 서식하는 포유류 동물들의 배설물이 다리 위에 있는 강아지의 호기심을 자극, 투신을 유인한다는 말이다. 이 현상을 연구해 온 동물행동학자 데이비드 샌즈는 지난 2010년 “특히 코가 긴 견종일수록 오버툰 다리를 건너다 뛰어내리려는 시도를 많이 한다”는 주장을 발표하기도 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동물 서식지의 위쪽에 위치하고, 지나다니는 강아지들이 많은 다리는 영국 전역에 부지기수’라는 견해도 제기된다. 왜 유독 오버톤 다리에서만 ‘강아지 투신’ 현상이 발생하느냐는 얘기다.
때문에 이곳에만 존재하는 고유의 특성에서 원인을 찾으려는 목소리도 계속 나온다. 일단 ‘핵잠수함 소음’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주장이 있다. 오버톤 다리에서 약 35㎞ 떨어져 있는 해군기지에 정박한 핵잠수함이 내는 50~150㏈의 소음에 강아지들이 반응한다는 것이다.
지역 주민들 중 일부는 “개들이 뭔가에 홀린 듯 뛰어내리는 걸 봤다”면서 ‘귀신 존재설’을 주장하기도 한다. 다리 주변에 혼령이 깃들어 있다는 말이다. 또, 다리가 위치한 지대 자체가 이승과 천국의 경계 역할을 한다고 믿는 이들도 있다. 수십년째 지속되는 기이한 현상에 비과학적인 주장까지 마구 나오는 상황인 셈이다.
온갖 추측과 가설이 난무하지만, 정확한 원인은 아직도 규명되지 않고 있다. 다만, 미연의 사고 방지를 위해선 반려견의 목줄을 짧게 쥐는 등 주인들의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는 게 NYT의 지적이다. 신문은 “무시무시한 평판에도 불구, 오버톤 다리는 강아지 산책 코스로 남아 있으며 많은 동물들이 가죽 끈에 묶이지 않은 채 지나다닌다”고 전했다.
홍윤지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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