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드 스트라이크’ 소설가 구병모
해리포터 같이 판타지 요소 깃든
영어덜트 소설, 10년 만에 출간
날개 가진 익인과 도시인의 갈등
혐오와 차별 속 공존을 이야기
“열 여덟 살 때 읽은 ‘위저드 베이커리’가 제 ‘최애’ 소설이었어요. 이번 책도 너무 기대돼요. 아, 저는 지금 스물 여덟 살이에요.”
27일 서울 마포구 서교동 창비 출판사 사옥의 카페. 신간 ‘버드 스트라이크’를 낸 구병모(42) 작가와 인터뷰 도중 한 독자가 조심스럽게 사인을 요청했다. 청소년이었던 그때도, 어른이 된 지금도 즐겁게 빠져들 수 있는 것이 구 작가의 소설 세계라는 것을 독자가 인증한 셈이다.
구 작가의 첫 책인 ‘위저드 베이커리’(2009)’는 청소년 소설의 새로운 영토를 개척했다는 평을 받았다. 구 작가가 10년 만에 다시 ‘영어덜트(Young Adult)’ 소설로 돌아왔다. 한국 독자에게는 낯선 장르지만 ‘해리포터’나 ‘헝거게임’ ‘트와일라잇’ 같은 외국 소설이 바로 그 장르다. 청소년부터 성인까지 즐길 수 있는, 판타지적 요소를 활용해 읽는 재미를 극대화한 소설이다. 판타지 요소를 통해 ‘청소년 소설=성장 소설’이라는 도식을 뒤흔든 구 작가는 새 소설에서도 상상력에 날개를 달고 거침없이 날아오른다.
버드 스트라이크(양장본)
구병모 지음
창비 발행ㆍ356쪽ㆍ1만 4,800원
소설은 날개를 가진 ‘익인(翼人)’과 도시인의 갈등을 배경으로, 각 세계에 속한 소년과 소녀의 만남에서 출발한다. 익인과 도시인의 혼혈로 선천적으로 작은 날개를 갖고 태어난 소년 비오, 시청의 우두머리인 시행의 딸이지만 아내가 아닌 비서가 낳은 서녀(庶女)인 루. 둘은 익인들의 특산품을 약탈해 온 도시인들이 ‘날개’의 비밀을 알아내려 도굴을 감행한 것을 계기로 만나게 된다. 도시인에게 붙잡힌 비오는 루를 인질 삼아 도시를 탈출하고, 비오에게 매달려 엉겁결에 익인의 세계에 떨어진 루는 그곳에서 진정한 의미의 포용과 공존을 배우게 된다.
공상을 매개로 현실을 돌아보게 만드는 것은 구 작가의 장기다. 이번에도 익인이라는 판타지 요소를 앞세워 혐오와 차별을 이야기한다. 이야기의 출발은 구 작가가 꾼 꿈이었다. “7년 전 어느 날 짧은 잠에 들었는데 하늘을 날 수 있는 아이가 꿈에 나왔어요. 날 수는 있는데 날개가 없어서 날다가도 계속 떨어질 듯 말 듯 하는 거예요. 꿈에서 깬 뒤 아이에게 날개를 달아줘야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꿈에서 본 장면을 노트에 적었어요.”
구 작가를 만난 날은 ‘위저드 베이커리’ 초판 1쇄가 발행된 2009년 3월 27일로부터 꼬박 10년이 되는 날이었다. 그는 지난 10년 간 12권의 책을, 그것도 청소년 소설과 성인 소설을 번갈아 내며 쉼 없이 달려왔다. “어떻게 그렇게 계속해서 쓸 수 있냐고 물어 보시는데, 정말 별 다른 비결은 없어요. 그냥 시간 날 때 써요. 사실 아이를 키우는 여성 작가들이 일정한 라이프 사이클을 갖기가 쉽지 않아요. 올해 아이가 중학교에 가서 그나마 좀 나아졌지만 쓸 수 있을 때 바짝 쓰는 습관은 바뀌지가 않네요.”
왕성한 창작의 비결이 따로 없다면, 각기 다른 장르의 이야기를 번갈아 써낼 수 있는 비결이라도 알려달라고 물었다. “본질은 같다”는 ‘현답’이 돌아왔다. 저는 항상 ‘공백’으로 남고 싶어요. 어떤 것이든 적을 수 있고, 독자들 입장에서 어떤 의미로든 해석할 수 있는 존재요. 저는 제 안에 있는 걸 꺼내 쓸 뿐이에요. 차이가 있다면 쓸 때마다 달라지는 기분 정도죠. ‘버드 스트라이크’는 쓰면서 정말 재미있었어요. 독자들도 그저 재미있게 읽어줬으면 해요.”
‘영어덜트’의 대표 작가로서 구 작가의 바람은 ‘더 많은 영어덜트 소설의 탄생’이다. “장르가 낯선 건 작품이 적어서이겠죠. 미래는 ‘위저드 베이커리를’ 읽고 자라 자신의 이야기를 써낼 차례가 된 새로운 작가들에게 달려있지 않을까요?”
한소범 기자 beo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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