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이 무역협상을 재개하며 다시 링에 올랐다. 이미 초안을 마련한 만큼 판을 깨기는 어려운 국면이다. 대신 서로 등을 떠밀며 전리품을 최대한 챙기려는 마지막 수 싸움이 시작됐다.
양국 모두 1년 넘게 끌어온 협상 타결이 간절하다. 하지만 올해 들어 맷집이 더 강해진 터라 굳이 서두를 이유 또한 없는 상황이다. 벌써부터 “6월은 돼야 타결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올 정도로 양측의 막판 버티기는 상당기간 지속될 전망이다.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 류허(劉鶴) 중국 부총리는 28일 베이징에서 만나, 8차 고위급 무역협상에 나섰다. 이틀간 탐색전을 거친 뒤 내달 3, 4일에는 워싱턴DC로 자리를 옮겨 9차 협상을 이어간다.
이번 협상은 두 번째 ‘휴전’ 이후 첫 담판이다. 지난해 12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주석은 올해 3월1일까지 추가 관세를 부과하지 않기로 했다. 이로써 무역전쟁의 포연이 멎었고 협상에 속도가 붙었다. 하지만 끝내 결론을 내지 못하면서 다시 60일간 휴전협정을 연장해 일단 4월30일까지 시간을 번 상태다. 현재 미국은 중국산 수입액의 절반 수준인 2,500억달러, 중국은 미국산 수입품의 90%에 달하는 1,100억달러 규모에 각각 고율의 관세를 부과하고 있다.
당초 협상의 쟁점은 기술 강제이전, 지식재산권 침해 등 불공정 행위로 지목된 중국의 구조적 문제에 맞춰졌다. 하지만 지난 15일 중국이 양회에서 외상투자법을 통과시켜 제도 개선에 나서면서 미국이 시비를 걸 여지가 줄었다. 오히려 트럼프 대통령이 20일 “관세 일괄 폐지는 없다”고 배짱을 부리면서 협상 테이블이 요동쳤다. 이에 질세라 중국도 기존 양보안 철회로 맞서면서 자칫 원점으로 돌아갈 처지다.
더구나 양측은 서로 힘을 과시하며 맞서고 있다. 시 주석이 미국 보잉 대신 45조원 상당의 프랑스 에어버스 항공기를 선택한 건 유럽을 등에 업었다는 자신감의 표현이다. 트럼프 대통령도 특검 수사의 정치적 부담을 털어내 한결 홀가분하게 중국을 상대할 수 있게 됐다. 올해 들어 대중 무역적자가 급감하면서 무역수지가 깜짝 개선된 것도 트럼프 대통령에게 힘을 실어주는 요인이다.
이에 맥스 보커스 전 주중 미국대사는 27일 “미중 간 신뢰가 부족한 것이 가장 큰 문제”라며 “중국은 시장개방 약속을 이행하지 않고, 트럼프 대통령은 자주 변덕을 부렸다”고 지적했다. 또 “합의에 가까워져 양측 모두 협상에서 발을 빼기는 어려운 상황”이라면서 “다만 6월을 넘기면 문제가 생길 것”이라고 우려했다.
베이징=김광수 특파원 rolling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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