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회장 연임 실패 땐 지배력 약해져… 국민연금 “1년간의 행보가 판단 기준”
27일 대한항공 주주총회에서 국민연금이 주주권을 행사해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대한항공 사내이사직을 박탈했지만, 대기업 오너 일가의 기업가치 훼손과 주주권 침해 여부를 둘러싼 힘겨루기는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당장 내년 조양호 회장과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의 한진칼의 사내이사 임기가 만료되기 때문이다. 한진칼은 그룹의 지주회사 역할을 하는 회사다. 때문에 재계에서는 한진그룹 오너 일가가 기존에 제기된 위법ㆍ전횡 논란을 털어내지 못하고, 주주들을 만족시킬 만한 경영 성과를 내지 못할 경우 매년 비슷한 홍역을 치르게 될 거라는 관측이 나온다.
28일 재계에 따르면 내년 3월 한진칼 주주총회에선 조양호 회장과 조원태 사장의 사내이사 재선임이 안건으로 오를 예정이다. 한진그룹은 ‘한진칼→대한항공ㆍ한진(자회사)→손자회사’로 이어지는 지배구조다. 조 회장이 한진칼 주총에서 사내이사에 재선임되지 못할 경우, 그룹 지배력은 약화될 수 밖에 없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조 회장이 내년 한진칼 주총에서 사내이사에 연임에 실패하면 그룹 대주주 지위만 갖게 되는 것”이라며 “조 회장은 사내이사직을 박탈당한 대한항공에 대해서도 회장으로서 경영에 관여한다는 계획이지만 한진칼에서도 같은 상황이 벌어지면 사실상 그룹 지배력이 사라져 경영 일선에서 물러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한진칼 지분은 조 회장과 특수관계인이 28.93%, KCGI(강성부 펀드) 12.8%, 국민연금 6.7%, 기타 주주가 51.6%를 보유하고 있다. 한진칼 주총에서 조 회장이 사내이사에 재선임 되려면 주총 출석 주주 지분의 50% 이상을 획득해야 한다. 한진그룹의 지배구조 개선을 요구하고 있는 KCGI는 연임 반대표를 던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국민연금은 또다시 캐스팅보트를 쥐게 될 전망이다. 국민연금 관계자는 “내년 한진칼 주총과 관련해 벌써부터 이야기하는 것은 쉽지 않다”면서도 “조 회장이 기존에 내놓은 그룹 쇄신안의 이행 정도와 향후 1년 동안의 경영 행보가 중요한 판단 기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대한항공이 조원태 사장 체제로 재편되면서 그의 경영 리더십과 역량도 엄격한 검증을 받게 됐다. 경제개혁연대는 전날 “조 사장의 경영능력에 대한 의구심이 해소되지 않았다”고 정면 비판했다. 조 사장은 내년 3월 한진칼 주총, 2021년 3월 대한항공 주총에서 각각 사내이사 연임 여부에 대한 심판을 주주들로부터 받는다. 경영 능력에서 낙제점을 받을 경우 2021년 대한항공 주총에서 조 회장의 전철을 밟을 가능성도 있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대한항공 주총에서 조 사장까지 사내이사직 연임에 실패하면 경영진에서 한진그룹 오너 일가가 완전히 퇴출되는 것”이라며 “그렇게 되면 대한항공이 전문경영인 체제로 넘어가는 수순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대한항공은 올해 매출 13조2,000억원, 영업이익 1조원(영업이익률 7.6%) 달성을 목표로 제시했다. 특히 델타항공과의 조인트벤처를 통한 태평양 노선 경쟁력을 강화하고, 화물사업에서는 전년대비 1% 증가한 매출 3조원을 달성하겠다는 계획이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기존에는 조 회장이 주도하던 과제였지만 이제는 고스란히 조 사장의 몫이 됐다”며 “경영목표가 공개적으로 제시된 만큼 조 사장의 경영 능력은 올해 말 주주들에게 객관적인 평가를 받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현우기자 777hyunw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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