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상ㆍ하원서 ‘한반도 청문회’ ]
스틸웰 동아태 차관보 후보자 “느리고 참을성 있는 외교가 효과”
폼페이오 “비핵화 협상은 필요… 이젠 北 실제 행동 봐야 할 때”
한반도 지역의 외교 안보를 책임지는 미국 고위 당국자들이 27일(현지시간) 의회 청문회에 일제히 출석해 북한의 비핵화 의지에 대한 깊은 불신을 드러내며 경고음을 쏟아냈다. 대화의 문을 열어놓되 북한의 비핵화 결단을 이끌어낼 때까지 제재 압박을 유지하는 장기전 태세도 재확인했다. 최근 돌발적인 ‘추가 제재 철회’ 트윗을 띄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달리 하노이 회담 결렬 이후 북한에 대해 더욱 강경해진 참모들의 기류는 여전한 모습이다.
데이비드 스틸웰 국무부 동아시아ㆍ태평양 담당 차관보 후보자는 이날 상원 외교위 인준 청문회에서 동아태 지역의 가장 시급한 안보 도전 과제로 북한의 핵미사일 프로그램을 꼽으면서 “북한은 우리가 그들의 말만 믿고 물러서지 않을 것이란 것을 안다. 우리는 충분히 속아왔다”며 “꾸준한 압박이 계속 효과를 낼 것이다”고 말했다. 그는 "압박 캠페인에 따른 지난 2년간을 보면 핵실험도, 미사일 발사도, 도발도 없었다"면서 "느리고 참을성 있는 외교(slow and patient diplomacy)가 효과가 있는 것처럼 보인다”고 설명해 제재 압박의 장기전에 대비했다.
스틸웰 후보자는 '북한이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CVID)의 약속을 입증할 때까지 제재 해제가 없어야 한다는 것이냐'는 코리 가드너 상원 의원의 질의에 "정확하다. 우리는 이전에도 이 말(horse)을 산 적이 있다”며 북한의 거듭됐던 비핵화 약속에 대한 불신을 재차 드러냈다. 또 “장기간의 인내심 있는 압박은 매우 긍정적 효과를 가져왔고 제재를 너무 빨리 풀어주는 것은 시작점으로 우리를 되돌릴 것"이라고 제재 압박 유지를 재차 강조했다.
아울러 대중 매파로 꼽히는 스틸웰 후보자는 모두 발언에선 장기적 도전 과제로 중국과의 경쟁을 꼽으면서 “북한 비핵화와 마약 퇴치 같은 우리의 이해를 증진하는 데서 중국과 협력할 것이지만, 이해가 갈리는 지점에서는 격렬하게 경쟁해야만 한다”고 강경 입장을 내비쳤다. 제임스 리시 상원 외교위원장, 코리 가드너 의원 등도 대북 최대 압박을 거듭 주문했다. 공군 준장 출신인 스틸웰 후보자가 상원 인준을 통과하면 그간 공석이었던 국무부의 한반도 라인이 모두 채워지게 된다.
북한이 비핵화 약속만 한 뒤 행동을 보이지 않는다는 불만은 이날 다른 청문회에 참석한 고위인사들의 입에서도 일제히 터져 나왔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하원 외교위원회 예산안 청문회에서 북한의 핵 역량 감소에 대한 질문을 받고 “우리는 하노이 회담에서 기대했던 큰 움직임(big move)을 북한이 만들어내는 것을 아직 보지 못했다. 그것은 완전한 비핵화여야만 한다”면서 “북한이 그런 방향으로 조치를 취하는 것을 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나는 여전히 우리가 그들과 관여하고 협상해서 올바른 결과에 다다를 수 있다는 데 희망적”이라며 외교적 문을 열어두면서 “이제는 실제 행동을 봐야 할 시점”이라며 북한의 비핵화 실행조치를 촉구했다.
이날 하원 군사위원회에서 열린 ‘인도ㆍ태평양지역 국가안보와 군사활동’ 청문회에 참석한 한반도 담당 안보 라인도 북한의 비핵화 조치가 진전되지 않는 점을 지적하면서 중국에 대한 압박도 강화했다. 로버트 에이브럼스 주한 미군사령관은 북한의 핵ㆍ미사일 활동에 대한 질문에 "우리가 관찰한 그들의 활동은 비핵화와 부합하지 않는다"며 “전략적 도발이 중단되고 비무장지대에서 긴장이 감소했음에도 불구하고 군사력 측면에서 검증 가능한 북한의 변화는 거의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의 재래식 및 비대칭 군사력과 첨단 재래식 군수품 개발은 억제되지 않고 있다"며 “북한군은 여전히 강력하고 위험하며 지난해 보고된 병력 구조, 준비태세와 뚜렷한 차이가 없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와 함께 만약 북미관계가 다시 악화해 적대감이 고조될 경우 북한의 활동에 대한 충분한 정보, 감시 능력을 갖추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했다.
필립 데이비드슨 인도ㆍ태평양사령관은 역내 '5대 도전들' 중 북한을 "목전의 위협"으로 표현하며 가장 먼저 꼽았다. 그는 특히 북한의 불법적인 선박 간 환적과 관련해 "중국은 도움이 안 된다, 지원도 안 한다"며 "자국 영해를 제대로 감시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랜달 슈라이버 국방부 아시아·태평양 안보 담당 차관보도 북한의 불법 환적을 거론하면서 “제재를 약화하고 제재 이행에 있어 정치적 분열의 시앗을 뿌리려는 북한의 적극적인 시도가 있다”며 중국이 제재 이행을 위해 더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워싱턴=송용창 특파원 hermee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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