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감소ㆍ소멸 위기 “혐오시설이라도 있어야”
사회단체 지지 의사 조만간 정부에 정식 건의
“지역경제가 살아 날 수만 있다면 혐오시설이라도 들어와야죠.”
탄광산업이 쇠퇴하면서 지역경제가 무너져 장기간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강원 태백시가 교정시설 유치에 나섰다.
교도소와 구치소 등 교정시설은 대부분 자치단체와 주민들이 꺼리는 혐오시설이다. 그러나 급격한 인구감소로 도시 소멸 위기에 놓인 태백시는 ‘지역경제를 조금이라도 살려보자’는 간절함으로 교정시설 유치카드를 꺼내 들었다.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이다.
태백시는 지난달 발족한 교정시설유치위원회가 시민 1만692명이 동의한 서명부를 시와 시의회에 전달했다고 28일 밝혔다. 태백시 인구의 4분의 1 이상이 찬성표를 던진 셈이다.
남들이 기피하는 교정시설이지만 지역경제 회생을 위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일정 부분 형성된 것이다. 시는 조만간 서명부를 청와대와 국회, 법무부에 전달할 계획이다.
앞서 지난 27일에는 황지중고와 장성여고, 황지정보산업고, 철암초중고, 태백중고 등 지역 내 각급 학교 총동문회가 교정시설 유치에 지지 의사를 나타냈다. 김진욱 황지중고 총문회장은 태백시에 “적극적인 대정부 설득과 유치활동에 나서달라”고 부탁했다.
교정시설 유치는 더불어민주당 소속 류태호 태백시장의 공약이다. “1,000여명 수용 규모의 교도소가 들어온다면 400여명의 관리인원 등 인구도 늘고, 농산물 판로도 어느 정도 확보해 지역경제를 살릴 수 있다”는 생각이 담겨 있다. 지역 내에서 가장 공동화 현상이 심한 철암동 등지가 유력 후보지로 꼽힌다. 태백시 관계자는 “법무부에 어려운 경제사정 등 시민들의 목소리를 이미 전달했고, 정부도 나름대로 공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태백시는 탄광 52개 성업하던 1980년대까지만 해도 국내를 대표하는 광업도시였다. 하지만 1989년 정부의 석탄산업합리와 정책 이후 내리막을 걷기 시작했다. 탄광이 하나, 둘 문을 닫자 한때 12만을 넘던 인구는 5만명이 붕괴됐다. 지금은 지역 소멸을 걱정해야 할 처지다.
태백시가 추진하던 리조트는 천문학적인 빚만 안기는 등 대체산업을 찾지 못한 탓이다. 시는 급기야 개 경주인 경견장까지 조성하려 했지만 사행성 논란과 동물단체 반대로 무산됐다.
박은성 기자 esp7@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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