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국생명이 2018~19 V리그에서 12년 만의 팀 통합 우승을 차지했다. 챔프전 MVP는 국내 최고 공격수 이재영에게 돌아갔다. 하지만, 우승 과정에서 ‘맏언니’ 김세영(38)의 역할을 빼놓을 수 없다.
김세영은 28일 한국일보와 인터뷰에서 “우승은 항상 기분이 좋다”라며 “팀을 옮긴 첫 시즌 좋은 성적이 나와 정말 다행”이라고 말했다. 김세영은 챔프전에서 유독 좋은 기억이 많다. KGC인삼공사 시절 3번의 우승을 모두 책임졌고, 현대건설에서 1번 그리고 이번까지 개인 통산 5번째 우승이다. 특히 챔프전에서 모두 승리한 좋은 기운을 갖고 있다. 그래서 이번 챔프전을 앞두고도 주변에서 “우승 운이 계속 이어질 것”이라는 응원이 많았다고 한다. 김세영은 “아예 챔프전에 못 나간 적은 있지만, 챔프전에서 준우승에 그친 적은 없었다”면서 “좋은 기운이 계속 이어지는 것 같다”며 웃었다.
김세영이 합류하면서 지난 시즌 블로킹 최하위(세트당 1.71) 흥국생명은 올해 이 부문 1위(세트당 2.30)로 껑충 뛰어올랐다. 김세영 효과다. 개인 성적으로는 올 시즌 블로킹 3위(세트당 0.69)에 올랐고 개인 통산 3,000득점(역대 6호)도 달성했다. 다만 “올해 공격 득점에서 다소 부진했다”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올 시즌 속공 득점 8위(공격 성공률 37%)에 시즌 득점은 208점이나 된다.
‘최근 눈에 띄는 센터가 없다’는 질문에 “올해 좋은 신인들이 있다”면서 박은진(20ㆍKGC인삼공사)과 같은 팀 이주아(20)를 꼽았다. 김세영은 “주아는 이번 챔프전을 통해 돈 주고 살수 없는 좋은 경험을 했을 것”이라고 했다. 박은진에 대해서는 “센터는 블로킹 할 때 손 모양을 움직이지 않은 채 상대 공격로를 차단하는 견고함이 중요한데 박은진은 높이도 좋을 뿐 아니라 손모양의 견고함과 각도가 매우 좋다”고 칭찬했다.
올해 여섯 살 된 아들(이경원)에 대한 애틋함도 전했다. “엄마 손길이 많이 필요한 시기에 곁에 있어주지 못해 항상 미안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욕심 같아서는 체력이 허락하는 한 선수 생활을 더 하고 싶은데 경원이 육아도 해야 해 고민이 많다”고 했다. 최근에는 대형 마트에 같이 갔는데 경원이가 “모르는 아저씨가 어떻게 엄마 이름을 아느냐”며 신기해 했다고 한다. 김세영은 “내년엔 초등학교에 입학하는데, 그 전까지 한 시즌만 더 선수 생활을 해야 할지 여러 가지 생각 중”이라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아들 자랑도 슬쩍 꺼냈다. “유치원생 키가 벌써 130㎝”라며 “배구든 농구든 본인이 원하면 지원할 예정”이라며 웃었다.
향후 지도자 계획에 대해서는 “센터 외에 리시브 등 다른 부분은 잘 모른다”면서 손사래를 쳤다. 그러면서도 “우리나라에도 포지션별 지도자 제도가 생기면, 나중에 ‘센터 코치’로 후배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다”고 말했다.
김천=강주형 기자 cubi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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