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1턱끈펭귄 부부. 이원영 연구원 제공
필자는 2015년 12월 남극 세종과학기지 인근에 있는 펭귄번식지에서 턱끈펭귄이 알을 품는 기간 동안 보이는 잠수행동을 조사했다. 애초 계획은 알에서 깨어난 새끼가 있는 부모 펭귄을 대상으로 조사하는 것이었지만, 그 해는 부화시기가 느린 편이라 일정에 여유가 있었다. 테스트 삼아 여섯 개의 둥지를 임의로 골랐고, 알을 품다가 바다로 나가는 녀석들에게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과 수심기록계를 부착했다. 이들은 먹이를 찾으러 바다로 나갔다.
다음날 기기를 회수하기 위해 번식지로 갔지만 한 마리도 돌아오지 않았다. 사흘째부터 한 마리씩 나타나기 시작했고 13일째가 되는 날 둥지로 돌아온 펭귄도 있었다. 평균 닷새가 걸렸다. 새끼가 태어난 시기엔 교대 주기가 평균 10시간 정도임을 생각하면 굉장히 큰 차이였다. 기록계에 표시된 수치를 살펴보니 최대 8,800번이 넘는 잠수를 하면서 65㎞ 떨어진 먼 바다로 헤엄쳤다. 도중에 쉬거나 육지에 올라온 기록이 없는 것으로 보아 그 기간 동안은 물속에서 생활한 것이 틀림없었다.
대체 펭귄은 어떻게 그렇게 오랫동안 쉬지 않고 수영을 할 수 있을까. 도중에 잠을 자긴 했을까. 머릿속에 여러 질문이 떠올랐지만 답을 얻을 순 없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여섯 마리의 턱끈펭귄이 사흘 넘게 헤엄치는 동안 숨을 쉬기 위해 주기적으로 수면에 떠 있었을 것이란 사실이다.
1835년 찰스 다윈은 비글호를 타고 갈라파고스 제도를 항해하며 대형 바닷새인 군함조를 관찰했다. 긴 날개를 펴고 하늘 높이 나는 군함조는 먼 바다로 나가 먹이를 잡는데, 정작 이 새가 수면으로 내려와 쉬는 걸 본 적이 없다는 기록이었다. 프랑스의 해양조류연구자 앙리 위메스키슈의 2016년 ‘사이언스’ 논문에 따르면, 군함조는 상승기류를 타고 최대 4,120m 상공으로 날아오르며, 한번 비행을 시작하면 쉼 없이 48일간 비행을 했다고 한다.
대체 군함조는 어떻게 이렇게 오랜 시간 쉬지 않고 비행할 수 있을까. 대체 잠은 언제 자는 걸까. 바닷새를 연구하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이런 궁금증을 안고 있다. 하지만 야생 동물의 수면 행동을 연구하기란 매우 어렵다. 새를 포획해 뇌에 전극을 꽂고 뇌파를 측정해야만 답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바닷새학회에서 우연히 그 답을 직접 들을 수 있었다. 독일의 닐스 라텐보그 박사는 갈라파고스 군함조의 뇌파 신호를 측정한 결과를 발표했는데, 그의 설명에 따르면 군함조는 뇌의 절반이 깨어있는 동안 나머지 절반이 잠을 자는 형태의 반구 수면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재미있는 사실은 가끔씩 뇌 양쪽이 모두 수면에 들어가고, 순간적으로 눈이 빠르게 움직이는 얕은 잠의 형태인 렘(REM) 수면에 빠지기도 했다. 그럴 땐 머리를 떨구고 미세한 경련을 일으킨 뒤 곧 잠에서 깨어났다. 하지만 비행하는 기간 중 군함조의 수면시간은 다 합쳐도 하루에 40분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
그의 발표가 끝나고 찾아가 펭귄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라텐보그 박사 역시 펭귄의 수면에 대해선 알려진 게 별로 없다며 궁금해했다. 펭귄은 비행을 하는 군함조와 달리 헤엄을 치지만, 물에 빠지지도 않고 포식자에게 잡아 먹히지 않기 위해선 역시 깊은 수면을 하진 못했을 것이란 예상이 가능하다. 다가오는 겨울이 되면 이를 검증하기 위해 실험을 계획하고 있다. 과연 펭귄은 어떻게 잠을 잘까?
이원영 극지연구소 선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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