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과학소설(SF)을 문학으로, 과학으로, 때로 사회로 읽고 소개하는 연재를 시작합니다. 지식큐레이터(YG와 JYP의 책걸상 팟캐스트 진행자) 강양구씨가 <한국일보>에 격주 금요일에 글을 씁니다.
<4>존 스칼지의 ‘노인의 전쟁’
수세기 후 미래의 고령자들에게 두 가지 삶의 선택권이 주어진다. 지구에서 죽느냐, 우주로 나가 외계종족과 싸우느냐. ‘노인의 전쟁’은 아내를 먼저 떠나 보낸 75세 노인 존 페리의 군 입대 모험기를 다룬 책이다. 게티이미지뱅크

“75세 생일에 나는 두 가지 일을 했다. 아내의 무덤에 들렀고, 군에 입대했다.”

존 스칼지의 ‘노인의 전쟁’은 이렇게 시작한다. 강렬하다. 곧바로 궁금증이 떠오른다. ‘도대체 75세 노인이 어떻게 군에 입대할 수 있을까?’ 이 소설은 바로 이런 통념을 깨는 독특한 설정으로, 2005년에 나오자마자 전 세계 SF 독자를 사로잡았다. 스칼지는 이 데뷔작으로 순식간에 가장 인기 있는 SF 작가로 떠올랐다.

‘노인의 전쟁’의 주인공은 75세 생일을 맞은 존 페리다. 그는 사랑하는 아내 캐시를 먼저 떠나 보냈고, 자신도 죽을 날만 기다리는 평범한 노인이다. 그런데 그의 앞에는 한 가지 선택지가 더 있다. 바로 특별한 군대에 입대하는 일이다. 그 군대의 이름은 ‘우주개척방위군’이다.

미래의 어느 시점에 인류는 드디어 우주 개척에 나서게 된다. 이런 우주 개척을 통해서 인류는 외계 문명의 고도로 발달한 과학기술을 접한다. 그런 앞선 과학기술의 도움으로 인류의 우주 개척은 더욱더 추진력을 얻게 된다. 결국 우주 곳곳에 식민지를 건설하게 된 인류는 ‘우주개척연맹’을 만들기에 이른다.

하지만 여기서 반전이 있다. 소설 초입에 묘사된 존 페리의 지구는 21세기 초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다. 왜일까. 이미 독자적인 정치 세력이 된 우주개척연맹은 상상을 초월하는 새로운 과학기술을 지구와 공유하지 않는다. 우주개척연맹은 그런 과학기술을 지구와 공유하면 전쟁이나 테러 등에 쓰여서 지구가 결딴날 위험이 있다는 핑계를 댄다.

그 대신 우주개척연맹은 일부 호전적인 외계 문명으로부터 지구를 보호하겠다고 약속한다. 물론 지구도 대가를 내야 한다. 지구는 우주개척연맹의 군대(우주개척방위군)를 유지할 인력을 공급하기로 약속한다. 더구나 우주개척연맹이 원하는 인력은 10대나 20대의 젊은이가 아니다. 죽을 날이 얼마 남지 않은 75세의 노인! 지구로서도 거부할 이유가 없다.

어떤가. 도대체 어찌된 사정인지 궁금하지 않은가. ‘노인의 전쟁’은 이렇게 우주개척방위군이 된 존 페리의 흥미진진한 모험담을 그린, 한 편의 할리우드 영화 같은 SF다. 아니나 다를까. ‘넷플릭스’가 2017년에 이 소설의 영화 판권을 확보했다. 소설을 읽으며 조만간 나올 영화를 상상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노인의 전쟁
존 스칼지 지음•이수현 옮김
샘터 발행•454쪽•1만2,000원

‘스타트랙’ ‘스타워즈’ 같은 우주 모험 이야기는 SF의 영원한 소재다. 이런 소재를 다룬 작품을 칭하는 ‘스페이스 오페라(우주 활극)’ 같은 장르 이름이 있을 정도다. 현재로서는 존 스칼지가 이 장르의 대표 이야기꾼이다. 스칼지는 ‘노인의 전쟁’에 이어서 ‘유령 여단’(2006)부터 ‘모든 것의 종말’(2015)로 이어지는 후속 작품에서 존 페리와 동료의 모험담을 쏟아냈다.

재미만 있는 게 아니다. 난데없이 우주에서 노후를 보내게 된 노인의 쉴 새 없는 입담에서는 삶의 경륜이 묻어있는 위트와 유머 또 지혜가 가득하다. 듣도보도 못한 외계인을 묘사한 기발한 상상력에서도 무릎을 친다. 지구, 우주개척연맹, 외계 문명 간의 힘겨루기는 북미 관계 뺨치는 ‘우주 정치’의 진수를 보여준다.

스칼지는 10년에 이어진 ‘노인의 전쟁’ 시리즈의 창작을 접고서 최근에 또 다른 스페이스 오페라 시리즈를 선보였다. 국내에 ‘무너지는 제국’으로 첫 번째 이야기가 소개된 이 시리즈는 본격적으로 우주 정치를 다룬다. 슬쩍 언급하자면, ‘삼국지’ 뺨치는 스케일의 이야기다. 그나저나, 75세 노인이 어떻게 전쟁터에서 날고 뛸까. 궁금하면 읽고서 즐겨라!

SF 초심자 권유 지수 : ★★★★★ (별 다섯 개 만점)

강양구 지식큐레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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