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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부장 폭력성 허물고 ‘욕’도… 아이유의 영상 반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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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부장 폭력성 허물고 ‘욕’도… 아이유의 영상 반란

입력
2019.03.27 17:15
수정
2019.03.27 17:49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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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영화 감독이 아이유 각기 달리 해석해 단편 영화로

내달 공개될 넷플릭스 ‘페르소나’ 시리즈

“정의로운 아이유” “쓸쓸한 이지은”까지

가수 겸 배우 아이유가 출연하는 단편 영화 ‘키스가 죄’ 한 장면. 넷플릭스 제공
가수 겸 배우 아이유가 출연하는 단편 영화 ‘키스가 죄’ 한 장면. 넷플릭스 제공

불이 꺼진 주방. 머리를 뒤로 질끈 묶은 소녀가 톱으로 나무의자의 다리를 비장하게 썬다. 살의가 가득한 공포영화가 따로 없다. 단편영화 ‘키스가 죄’에서 한나 역을 맡은 가수 겸 배우 아이유(이지은)는 친구의 아버지를 향해 복수의 날을 벼린다. 몸에 벌겋게 키스 자국을 남겼다는 이유만으로 친구를 두들겨 팬 것도 모자라 머리카락까지 자른 친구의 아버지를 골탕 먹이기 위해서다. 가부장적 사고에서 비롯될 수 있는 여성 폭력에 든 반기다.

아이유는 가녀린 몸과 달리 때론 당찼다. 그는 가수 데뷔 10년을 맞아 지난해 10월 낸 노래 ‘삐삐’에서 “이 선 넘으면 침범”이라며 도를 넘은 ‘옐로 저널리즘’을 꼬집었다. ‘키스가 죄’는 전고운 감독이 연출했다. 전 감독은 자본주의 세상에 휘둘리지 않고 주체적 삶을 살아가는 청춘의 모습을 담은 영화 ‘소공녀’로 지난해 영화계의 눈길을 끌었다.

전 감독은 27일 서울 여의도의 한 호텔에서 열린 제작발표회에서 “아이유에 정의로운 면이 있는 것 같았다”며 “고등학교 때 내가 사랑했던 친구를 괴롭히던 폭력적인 아버지를 떠올리며 이 영화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가수 겸 배우 아이유가 출연한 단편 영화 '러브 세트' 한 장면. 넷플릭스 제공
가수 겸 배우 아이유가 출연한 단편 영화 '러브 세트' 한 장면. 넷플릭스 제공

아이유는 영화에서 교복 대신 운동복만 입는다. 전 감독은 “여고를 나왔는데 학교에서 운동복만 입으면 가지 못할 곳이 없었던 용기가 떠올라 내린 선택”이라고 했다. 뿌리 깊은 가부장제를 흔들기란 쉽지 않다. 친구 아버지는 한나에게 “너처럼 잘 까불면 잘 다친다”고 비꼰다. 영화는 아이유의 현실을 반영하기도 한다. 2010년 “나는요 오빠가 좋은걸”(노래 ‘좋은 날’)이라고 외쳐 남성들의 환호를 받았던 아이유는 여성 음악인으로 제 목소리를 내기 시작하면서 역풍을 맞아왔다.

가수 겸 아이유가 출연한 단편 영화 '밤을 걷다' 한 장면. 넷플릭스 제공
가수 겸 아이유가 출연한 단편 영화 '밤을 걷다' 한 장면. 넷플릭스 제공

‘키스가 죄’는 세계 최대 동영상 스트리밍업체(OTT) 넷플릭스가 제작한 단편영화 시리즈 ‘페르소나’의 일부다. ‘페르소나’는 아이유를 다룬 단편영화 4편으로 구성돼 있다. 전 감독을 비롯해 김종관, 이경미, 임필성 등 재능 있는 중견 감독들이 아이유를 각기 다른 시선으로 해석했다. 전사 같으면서도 쓸쓸하고 때론 속을 알 수 없는 가수 혹은 이지은의 모습이 다양하게 펼쳐진다.

임 감독은 “아이유의 노래 ‘잼잼’(2017)에서 영감을 받아 영화 ‘썩지 않게 아주 오래’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영화 제목도 가사에서 따왔다. 영화는 비밀을 숨긴 여성과 평범한 남성의 하루를 통해 남녀 관계의 본질을 묻는다.

가수 겸 배우 아이유가 출연한 단편 영화 '썩지않게 아주 오래' 한 장면. 넷플릭스 제공
가수 겸 배우 아이유가 출연한 단편 영화 '썩지않게 아주 오래' 한 장면. 넷플릭스 제공

김 감독은 영화 ‘밤을 걷다’에서 아이유를 옛 연인의 꿈에 나온 외로운 여인으로 그린다. 그는 “아이유를 만났을 때 강인하게 사는 것 같으면서도 쓸쓸함이 보여 캐릭터에 녹였다”고 말했다.

이 감독이 만든 ‘러브세트’에서 아이유는 욕을 거침없이 내뱉는 당찬 소녀다. 아빠의 애인인 영어 선생님(배두나)에 지지 않으려 이를 악물고 테니스 경기를 하는 아이유의 모습엔 독기가 가득하다. 아이유는 “화는 나도 밖으로 분노를 터트리는 걸 사실 잘 못한다”며 “이 작품을 찍을 때 가장 어려웠다”며 웃었다.

‘페르소나’는 가수이자 연예기획사 미스틱스토리를 이끄는 윤종신이 기획했다. 다음달 5일 넷플릭스로 공개된다.

양승준 기자 come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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