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노삼성 노조 파업 여파…27일 노사 입단협 교섭 재개
일본 닛산이 르노삼성의 부산공장에 배정된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로그’의 올해 생산 물량을 기존 8만대에서 6만대로 줄이겠다고 통보했다. 르노삼성 노조의 지속적인 파업으로 부산공장에서 올해 계획된 로그 물량을 제때 생산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닛산과 르노삼성의 위탁 생산 계약이 만료되는 올 9월 이후의 로그 후속 물량 배정도 사실상 어려워진 가운데 기존 물량까지 축소돼 부산공장의 운명이 안개 속으로 더욱 빠져들고 있다.
르노삼성 관계자는 26일 “닛산 측이 르노삼성 노조 파업으로 부산공장 가동률이 하락함에 따라 로그 생산물량을 6만대 수준으로 줄이겠다고 지난주 통보해왔다”며 “당초 계약에선 올해 9월까지 부산공장에 로그 물량 8만대를 보장해주기로 했지만, 계약서에는 상황 변화에 따라 6만대까지 줄일 수 있게 돼 있다”고 말했다. 닛산은 르노삼성 측에 “노사 갈등이 계속되고 있어 로그를 안정적으로 공급받을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2월 부산공장의 로그 누적 생산량은 전년 동기 대비 27%나 줄어들었다. 노조가 장기 파업을 벌이면서 생산이 지연됐기 때문이다. 르노삼성 노조는 지난 11일 하루 부분파업을 벌인 데 이어 20일부터 22일까지 작업 구역별로 지명파업을 벌였다. 지명파업은 일부 공정의 직원만 일을 하지 않는 방식이다. 르노삼성 관계자는 “자동차산업 특성상 공정 하나만 멈춰도 공장 전체가 멈춘다. 하지만 파업하지 않는 직원은 형식상 근무를 하기 때문에 급여를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르노삼성 노사는 27일 ‘2018년 임금 및 단체협상’ 교섭을 진행할 계획이다. 지난 8일 임단협 교섭 결렬 이후 20일만이다. 앞서 도미닉 시뇨라 르노삼성 사장은 임단협 타결 협상 시한으로 이달 8일을 제시했다. 이 때문에 부산공장에 대한 로그 후속 물량 배정은 사실상 불가능해진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다. 이번 교섭 재개는 닛산이 로그 물량 축소를 밝히면서 노사 양측 모두 위기감을 크게 느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부산공장은 지난해 차량 총 21만5,680대를 생산했는데, 이 중 49.7%(10만7,251대)를 로그가 차지했다. 업계 관계자는 “후속 물량 배정은 물론 기존 로그 물량까지 축소되면서 부산공장의 위기가 훨씬 가속화하고 있다”며 “르노삼성은 기존 다른 신차들의 부산공장 생산량을 늘린다는 계획이지만, 내수가 어려운 상황에서 대안이 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현우기자 777hyunw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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