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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기문 “북한 비핵화 약속, 두 번 속으면 속은 사람이 바보”

입력
2019.03.26 19:07
수정
2019.03.26 23:12
2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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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26일 오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토론회에서 참석자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26일 오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토론회에서 참석자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은 26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핵을 언제, 어떻게 폐기하고 처리해야 하는지에 대한 ‘전략적 결단’을 내리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반 전 총장은 이날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토론회에서 김 위원장의 비핵화 의지에 관한 물음에 “북한의 과거 행태를 보면 소나기가 올 때 피하는 데 유연하고 기민했기 때문에 이런 관점에서 북한을 봐야 한다”며 이같이 답했다.

반 전 총장은 이어 북한이 주장하는 단계적 비핵화를 두고는 “살라미처럼 너무 얇게 잘라놨기 때문에 단계적 접근으로 볼 수 없다”고 평가했다. 이어 북한이 나중에 말을 바꿀 수 없도록 ‘빅 딜’이란 큰 틀을 씌우는 게 바람직하다고 했다.

그는 북한이 1992년 남북 간 비핵화 공동선언과 2005년 북핵 6자회담 9ㆍ19 공동선언 등의 약속을 했음에도 결국 핵무기 개발로 나아갔던 점을 들며 “외국 속담에 한 번 속으면 속인 사람 잘못이지만 두 번 속으면 속은 사람이 바보라는 이야기가 있다”며 “이제는 우리가 그걸 염두에 두어야 한다”고도 밝혔다.

반 전 총장은 비핵화 협상 과정에 대해선 “남북, 한미, 미북의 세 가지 톱니바퀴가 맞물려 돌아갔다고 할 수 있다"면서도 "하지만 이 톱니바퀴들 중 어느 것 하나 단단하지 못했고, 제대로 맞물려 돌아가지도 못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최근 2차 북미) 협상의 완전 결렬은 실망스러운 결과임에 틀림없지만, 북한 비핵화를 둘러싼 김정은 위원장의 이해와 의도가 분명해졌다는 점에서 장기적으로는 꼭 실망할 일만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반 전 총장은 그러면서 “남북연락사무소 철수 논란에서 보듯, 북한은 당장은 강경한 자세를 견지할 가능성이 높다”며 “우선 북한이 현 상황을 타파하기 위해 모종의 도발을 할 가능성에 대비해야 하겠다”고 말했다.

손현성 기자 hsh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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