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솔홀딩스 주주총회 가보니
“주가가 떨어지는 동안 회사는 뭘 했습니까. 주주들이 가만 있으니 만만한가요?”
한솔제지의 지주회사인 한솔홀딩스 주주총회가 열린 26일 서울 중구의 한 호텔. 이 회사 주주 이종길(62)씨가 분통을 터트렸다. 이씨는 한솔그룹이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한 2015년부터 한솔홀딩스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 이씨는 “한때 8,000~1만원 하던 주가가 지금은 4,000원대인데 회사가 주주 가치를 올리기 위해 내놓은 건 없었다”며 “올해는 그래도 ‘소액주주 연대’가 만들어져 주주들이 행동할 계기가 마련돼 주총에 관심을 갖고 나왔다”고 말했다.
올해 주총 키워드인 ‘행동주의’가 소액주주 사이에도 퍼지면서 주총장 풍경도 사뭇 달라지고 있다. 특히 한솔홀딩스는 소액주주 연대까지 결성돼 유상감자, 사내이사 선임 등을 주주제안을 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의결권 위임 과정에서 대행업체 직원이 거짓 정보를 흘렸다는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이런 까닭에 이날 한솔홀딩스 주총장에는 지난해(10여명 참석)의 10배나 되는 100명 가까운 주주들이 참석했다.
주주들이 몰리면서 이날 한솔홀딩스 주총은 쉽게 시작되지 않았다. 특히 소액주주 연대가 주주들에게 받아온 위임장을 확인하는데만 3시간 넘게 걸렸다. 작년엔 이런 풍경은 전혀 없었다. 올해는 소액주주 연대에 의결권을 위임한 주주만 489명에 달했고, 이들이 각 안건에 밝힌 찬성, 반대, 기권 의사를 일일이 확인해야 했다. 이 과정에서 회사 측이 정보를 입력하지 않을까 소액주주 연대는 회사 측 직원에게 한 명씩 붙어 감시를 벌이기도 했다. 주총 전 과정을 페이스북으로 중계하는 주주도 있었다.
장시간 주총에도 중간에 자리를 뜨는 소액주주는 찾아보기 힘들었다. 2만7,000주를 가지고 있는 주주 김모(57)씨는 이날 주총 참석을 위해 연차 휴가도 냈다. 김씨는 “원래 10만주를 가지고 있었는데 주가 하락으로 1억원 가까이 잃었다”며 “오늘 회사에서 주가 하락에 대책은 있는지 알아보고 소액주주 연대의 주주제안에 찬성하기 위해 참석했다”고 말했다.
회사 측은 주총이 제 시간에 시작하지 못하는 상황에 연신 “늦어져 죄송하다”고 밝혔지만, 대부분 주주들은 개의치 않았다. 소액주주 연대를 지지한다고 밝힌 한 주주는 “3시간이 걸리든 4시간이 걸리든 주주들의 의견이 최대한 정확하게 반영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그래야 주주들도 목소리를 낼 수 있고 행동할 수 있다는 걸 회사가 알 것”이라고 목청을 높였다.
글ㆍ사진=이상무 기자 allclea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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