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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분기 실적 기대 밑돌 것” 삼성전자 이례적 사전 고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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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분기 실적 기대 밑돌 것” 삼성전자 이례적 사전 고백

입력
2019.03.27 04:40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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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디스플레이ㆍ반도체 수익 악화”… 주주보호 차원 조치 해석 

삼성전자가 잠정 분기실적 발표를 열흘 가량 앞두고 이례적으로 공시를 통해 "1분기 실적이 시장 기대 수준을 하회할 것"이라고 설명한 26일 삼성전자 서초사옥의 모습. 뉴스1
삼성전자가 잠정 분기실적 발표를 열흘 가량 앞두고 이례적으로 공시를 통해 "1분기 실적이 시장 기대 수준을 하회할 것"이라고 설명한 26일 삼성전자 서초사옥의 모습. 뉴스1

“당초 예상 대비 디스플레이ㆍ메모리 사업의 환경 약세로 1분기 실적이 시장 기대 수준을 하회할 것으로 예상됨. 회사는 어려운 경영여건 개선을 위해 단기적으로는 기술리더십을 기반으로 제품 차별화를 강화하면서 효율적인 리소스 운용을 통한 원가경쟁력 개선을 추진할 것임.”

아직 1분기가 끝나지도 않은 26일 삼성전자가 공시한 설명자료의 내용이다. 증권업계가 내놓은 실적 전망치가 너무 높으니 이를 낮춰 잡아 실적 발표 후 생길 수 있는 충격에 미리 대비하라는 뜻인데, 삼성전자로선 ‘이례적인 자기 고백’인 셈이다.

문제는 업계의 삼성전자의 1분기 실적 전망치도 매우 낮은 ‘어닝 쇼크‘ 수준인데, 실제 성적표는 그보다 더 나쁠 수 있다는 것이다. 증권업계에선 1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55% 감소한 6조7,000억원를 제시한 바 있다. 삼성전자가 올해 1분기 유례없는 최악의 실적을 기록할 수 있다는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다.

삼성전자는 이날 공시한 설명자료에서 디스플레이 사업의 경우 중국 업체들의 생산량 증가로 당초 예상보다 가격 하락폭이 확대돼 수익성이 악화되고 있다고 밝혔다. ‘캐시카우’인 반도체 사업도 전반적인 수요 감소 속에 제품 가격이 지속적으로 떨어지면서 수익성 개선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삼성전자가 실적 발표를 앞두고 공시를 통해 실적 상황에 대해 설명한 것은 처음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실제 실적과 전망치의 차이가 클 경우 실적 발표 후 주주와 투자자들이 혼란스러울 수 있다”며 “주주와 투자자들에게 제대로 된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안내자료를 발표했다”고 말했다. 다만 삼성전자는 구체적 실적 전망치에 대한 언급은 하지 않았다.

업계에선 삼성전자의 ‘실적 둔화 고백’ 공시를 주주 보호 차원의 조치로 해석하고 있다. 현재 어닝쇼크 수준의 시장 전망치 보다 삼성이 더 악화된 실적을 내놓을 것이라고 예고함으로써 주주와 시장이 받는 충격을 줄이려 했다는 것이다.

삼성전자 실적 및 전망_ 그래픽= 신동준 기자
삼성전자 실적 및 전망_ 그래픽= 신동준 기자

6조원대 영업이익을 바닥이라고 생각하는 상황에서 이보다 더 낮은 실적이 발표될 경우 삼성전자 주주들이 받는 충격은 클 수 밖에 없다. 지난해 주식 액면 분할 후 삼성전자 주가가 10% 이상 떨어진 상황에서 투자자들이 실적에 대한 실망으로 대규모 주식 투매에 나설 경우 주가는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으로 떨어질 수 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삼성전자 등 반도체 회사들의 실적이 올해 상반기 좋지 않을 거란 예상은 이미 주가에 반영된 만큼 큰 문제는 아니다”라며 “하지만 시장에서 예상한 ‘바닥’ 보다 더 나쁜 실적을 내놓는 것은 또 다른 차원의 문제라서 삼성전자로서는 미리 실적 악화를 고백해 투자자들이 받는 충격을 줄일 필요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삼성의 ‘실적 둔화’ 공시는 투자자들이 글로벌 정보통신기술(ICT) 산업 불황의 깊이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다는 것을 방증하기도 한다. 지난해 4분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이 어닝 쇼크 수준의 실적을 내놨을 때, 주요 증권사들은 올해 하반기 이후 주요 IT 기업들의 실적이 개선될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글로벌 메모리 반도체 1위 기업인 삼성전자가 1분기 실적 전망기대치를 어닝쇼크 수준인 지금보다 더 낮추라고 공개적으로 안내함으로써 하반기 실적 회복도 쉽게 기대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김선우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메모리 반도체 공급은 늘고 가격은 계속 떨어지는 악순환으로 불황이 장기화 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며 “이번 삼성전자의 실적 기대치 하회 이슈는 일시적이라기 보다는 앞으로 더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다만 일부 시장 전문가들은 삼성의 실적 둔화 공시에도 하반기 이후 ICT 산업 경기가 살아날 수 있다는 전망을 거두지 않고 있다. 일부 반도체 제조사들도 글로벌 IT 기업들의 반도체 수요가 다시 살아나고 있다며 하반기 반도체 수출이 다시 늘어날 것이라 예상하고 있다.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반도체를 사려는 고객사는 짧게는 2, 3개월, 길게는 5, 6개월 전에 주문을 미리 해야 물량을 확보할 수 있다”며 “현재 고객사들의 주문 현황을 살펴보면 하반기로 갈수록 수요가 늘어나 현재 공급 과잉 상황이 상당 부분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황민성 삼성증권 애널리스트는 이달 초 보고서를 통해 “지난해 말 반도체 제조사 실적급락을 주도했던 클라우드 업체들이 2월부터 주문을 다시 시작했다”며 “2분기부터 반도체 수요가 정상화 되는 흐름을 예상했지만, 개선 속도는 예상보다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민재용 기자 insigh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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