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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가 철회했다는 ‘추가 대북제재’는 애당초 없었다?

입력
2019.03.27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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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대화재개 의지 거슬러

재무부가 대북제재 준비했을 것으로 보기 어려워

트럼프 트윗 수습 위해 둘러댔을 여지

25일 마이크 폼페이오(왼쪽) 미국 국무장관이 골란고원에 대한 이스라엘의 주권을 인정하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을 듣고 있다. 워싱턴=로이터 연합뉴스
25일 마이크 폼페이오(왼쪽) 미국 국무장관이 골란고원에 대한 이스라엘의 주권을 인정하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을 듣고 있다. 워싱턴=로이터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대북제재 철회” 트윗으로 촉발된 논란이 간신히 가라앉고 있지만 워싱턴 외교가에서는 여전히 해소되지 않는 의문점들이 떠돌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철회시켰다고 언급한 대북제재가 21일(현지시간) 발표된 제재가 아니고 재무부가 준비 중이었던 새로운 제재라는 백악관 설명이 미심쩍다는 것이다. 당시 정황 상 재무부가 추가 대북제재 발표를 준비했을 것으로 생각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새라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25일(현지시간) 기자들과 만나 트윗 논란과 관련, “이전에 가한 (대북)제재는 확실히 그대로 있다. 대통령은 북한에 대해 추가로 제재할 필요가 없다고 느낀다”고 밝혔다. 이어 “대통령은 그(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를 좋아한다. 계속 협상하고 무슨 일이 일어날지 지켜보길 원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철회시켰다는 대북제재가 과거(21일)의 제재가 아닌, 아직 발표되지 않은 또 다른 제재였다는 뜻이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22일 트위터에 “북한에 대한 기존 제재에 더해 대규모 제재가 추가될 것이라는 재무부 발표가 오늘 있었다. 나는 오늘 이런 추가 제재를 철회하라고 지시했다”고 밝혔다. 전날 재무부가 북한의 대북제재 회피를 도운 중국 해운사 2곳에 대한 제재를 발표했던 터라 트럼프 대통령의 언급은 21일 제재를 철회한다는 뜻으로 해석됐으나, 정작 당사자인 재무부는 물론 백악관 조차 명확하게 설명하지 못하며 논란을 키웠다. 수시간만에야 백악관이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을 좋아한다. 추가 제재들이 필요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건 기존 제재가 아니라 추가로 계획됐던 제재였다는 것으로 임시봉합한 것이었다.

그러나 재무부가 실제로 새로운 제재를 발표할 계획이 없었다는 정황이 확인되면서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2차 북미 정상회담이 합의 없이 종료된 직후 기자회견에서 “북한 국민들의 생계 문제가 걸려있기 때문에 제재를 더 강화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천명한 상태였다. 이후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줄곧 김정은 위원장과의 개인적 친분을 강조하며 협상 재개 여지를 열어두려 했다.

또 2016년 1월 북한의 4차 핵실험 이후 본격화한 ‘북한 핵도발 대(對) 미국의 대북제재’ 상황에서도 미국이 한 주 간격으로 단독 제재를 발표하지 않았다. 익명의 외교 당국 관계자는 "대북 정책을 둔 트럼프 대통령과 미 행정부 간 이견이 있었음을 감안하더라도 재무부가 행정부 수장의 의지를 거스르면서 추가 대북제재를 준비하진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래서 백악관이 애당초 존재하지도 않은 ‘추가 대북제재’를 만들어낸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재무부로부터 보고를 제대로 받지 못한 트럼프 대통령이 즉흥적으로 ‘제재 철회 트윗’을 날렸고, 이미 발표된 제재안을 취소하기 어려운 행정부가 “미래의 대북제재를 철회했다”는 식으로 둘러댄 것이란 분석이다.

따지고 보면, 재무부가 21일 내놓은 대북제재는 불법 해상무역을 했을 것으로 의심되는 선박 목록을 확대해 발표한 것에 불과하다. 재무부의 통상적 업무인 점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별도 보고가 이뤄지지 않았을 개연성도 있다.

조영빈 기자 peoplepeopl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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