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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희진 감옥 갔으니 부모 돈 많겠지’ 김다운, 1년 전부터 범행 준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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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희진 감옥 갔으니 부모 돈 많겠지’ 김다운, 1년 전부터 범행 준비

입력
2019.03.26 15:53
수정
2019.03.26 1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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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씨 아버지 차에 위치추적기 달고, 범행직전 손도끼ㆍ표백제 준비 

26일 경기 안양동안경찰서에서 이희진씨 부모 살해 피의자 김다운씨가 고개를 숙인 채 호송차로 이동하고 있다. 이한호 기자
26일 경기 안양동안경찰서에서 이희진씨 부모 살해 피의자 김다운씨가 고개를 숙인 채 호송차로 이동하고 있다. 이한호 기자

‘청담동 주식 부자’ 이희진(33)씨 부모를 살해한 피의자 김다운(34)씨의 살해 동기는 결국 돈인 것으로 드러났다. 김다운은 이씨 부모와 일면식도 없었지만 주식부자로 알려진 아들을 둔 부모라면 많은 돈을 가지고 있을 것으로 판단, 1년 전부터 범행을 준비해 왔던 것으로 확인됐다. 경기 안양동안경찰서는 26일 오후 이씨의 부모 살해 피의자 김씨를 강도살인, 시신유기, 주거침입, 위치정보법 위반, 공무원자격사칭 등 5가지 혐의를 적용, 검찰에 송치했다.

김씨는 전날 경찰에 의해 얼굴과 이름 등 신상이 공개됐지만 이날 포토라인에서는 자신이 입고 입던 옷으로 얼굴 대부분을 가렸다. “일정부분 계획은 했지만 저는 죽이지 않았으며 추가 범행 계획도 없었다”고 짧게 말한 뒤 호송차에 올랐다.

경찰은 이날 김씨 송치 후 가진 수사결과 브리핑을 통해 김씨가 지난해 3월부터 이씨 부모를 범행 대상으로 삼았다고 밝혔다.

이씨가 ‘청담동 주식 부자’로 알려지고, 불법적인 주식거래와 투자유치 등으로 막대한 돈을 챙긴 뒤 수감됐기 때문이다. 아버지에게도 돈이 많을 것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이후 김씨는 이씨 부모가 살던 집을 찾아 동영상을 촬영하고, 아버지 차량에 위치추적기를 부착해 수시로 위치를 파악했다. 위치추적기를 통해 새로 이사한 집도 찾았다.

사전 준비를 마친 김씨는 지난달 16일 인터넷 구인사이트에 ‘경호원 모집’ 글을 게시, 중국인 동포 A씨 등 3명과 모두 세 차례 접촉했다.

김씨는 범행 당일 표백제와 청테이프, 장갑과 손도끼를 구입한 뒤 공범 3명과 함께 이씨 아버지의 아파트에 침입, 범행을 저질렀다. 김씨는 이 과정에서 이씨 부모에게 “경찰이다. 조사할 게 있다”며 경찰을 사칭하기도 했다.

김씨와 공범들이 서로의 역할을 분담했으며, 피해자들을 분리해 옷 방과 서재로 각각 끌고가 손을 묶은 후 목 졸라 살해했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범행동기와 관련해 김씨는 “이씨 아버지에게 요트임대사업을 위해 빌려준 2,000만원을 받지 못해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했지만 경찰은 김씨와 이씨 아버지는 일면식도 없는 사이라고 밝혔다. 당시 5억 원이 든 가방도 김씨가 사전에 인지한 것이 아니라 범행 당일 우연히 이씨 아버지가 들고 온 것을 빼앗은 것이라고 경찰은 설명했다.

26일 오후 경기 안양동안경찰서에서 김병한 형사과장이 이희진 살해 피의자 김다운씨에 대한 수사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이한호 기자
26일 오후 경기 안양동안경찰서에서 김병한 형사과장이 이희진 살해 피의자 김다운씨에 대한 수사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이한호 기자

범행 후 김씨의 행적도 드러났다. 김씨는 범행 직후 이씨 엄마의 휴대폰을 훔쳐 엄마 행세를 하며 일상적인 대화를 나누기도 했고, 일본 삿포로에 여행 온 것처럼 현지 사진도 찍어 보냈다. 경찰은 실제 김씨가 지난 8일 당일치기로 일본 삿포로에 다녀왔다고 밝혔다.

이후에는 밀항 계획도 세웠다. 심부름센터에 전화해 밀항을 의논했으며, 계약금 명목으로 5,000여만원을 건넨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김씨가 이씨의 동생에게 접근한 것도 추가 범행을 하기 위한 것으로 보고 있다. 5억원이 든 돈가방에 슈퍼카 부가티 매매증서가 들어있었기 때문이다. 판매대금 15억원 중 10억원이 이씨 동생 계좌에 입금된 사실을 파악한 것이다.

여전히 풀리지 않은 의혹도 있다. 공범 3명이 살해 후 돈 한 푼도 받지 않고 출국했기 때문이다. 김씨는 경찰에서 “5만원권 6,7개를 들고 갔다”고 진술한 반면, 공범 중 한 명은 지인에게 “사람을 죽이지 않았고, 돈 한푼 가져가지 않았으며 억울하다”는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경찰 관계자는 “5억원 중 김씨가 사용한 금액 등 출처가 확인된 돈은 모두 4억3,000여 만원이고 나머지 6,899만원은 확인되지 않았다”며 “이 금액을 공범 3명이 가져갔을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어 출처를 확인 중”이라고 말했다.

중국으로 출국한 공범 A씨 등 3명에 대해서는 체포영장이 발부됐으며, 인터폴 적색수배령도 내려진 상태다. 경찰은 신병이 확보 되는대로 국제사법공조를 통해 국내로 송환해 조사한다는 방침이다.

김씨는 중국 동포 A(33)씨 등 3명을 고용, 지난달 25일 오후 안양시 소재 한 아파트에서 이씨의 아버지(62)와 어머니(58)를 살해한 혐의로 구속돼, 이날 오후 검찰에 송치됐다. 또 이씨 동생이 슈퍼카를 판매하고 아버지에게 전달한 5억 원을 강탈한 혐의도 받고 있다.

이 씨 아버지의 시신을 냉장고에 넣어 평택의 한 창고로 옮기고 어머니의 시신은 장롱에 숨겨놓는 등 사체를 유기한 혐의도 받고 있다.

임명수 기자 so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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