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1㎡에 17억, 3.3㎡에 3억7000만… 범어지역주택조합, 감정가 40배 베팅
대구지역 한 공동주택건설 일부가 법원 경매에서 3.3㎡에 3억7,000만원에 육박하는 초고가에 낙찰됐다. 대구 수성구 범어네거리 인근에 추진중인 수성범어지역주택조합의 수성범어W 주상복합아파트 얘기다. 지역 부동산업계는 사업지연으로 거액의 금융비용이 쌓이게 된 사업 시행자가 고육지책으로 고액을 써 낸 것으로 보고 있다.
평당 3억7000만… 감정가 40배에 낙찰
대구지방법원과 지역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지난 25일 실시된 수성범어W 예정부지 내 ‘도로’ 90.7㎡에 대한 임의경매에서 수성범어지역주택조합이 101억원을 써 내 낙찰 받았다. 감정가 2억1,700만원의 46배가 넘고, 3.3㎡ 1평당으로 환산하면 3억7,000만원에 육박한다. 게다가 지목이 도로로 돼 있어 도로 부지로는 어쩌면 국내 최고가일지도 모른다는 설이 부동산업계에 파다하다. 투찰금액 2위도 46억6,000만원대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같은 소식이 알려지자 “10억을 써내려다 0을 하나 더 붙여 100억을 쓴 오기인 것 같다”, “갈등을 빚어온 근저당 설정권자와 물밑합의가 있었을 것이다”, “잔금 납입일을 미루면서 근저당설정권자와 합의를 시도할 것이다” 등 온갖 설이 난무했다.
하지만 사업지연에 따른 금융비용 등으로 코너에 몰린 주택조합의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게 지역부동산업계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조합측에 따르면 사업이 지연될 경우 추가금융비용 부담만 한 달에 15억원에 이른다. 잔금 납입을 미룰 이유가 없는 셈이다. 게다가 사업추진 초기에 ‘반값 아파트’를 내세워 전용 84㎡ 한 채에 4억4,000만원이라고 했지만 이미 분양가가 2배 가까이로 올라 하루라도 분양을 서둘러야 할 입장이다.
15.1㎡에 135억 근저당 풀기 위한 고육책
특히 조합 측이 해당 부지 소유권의 6분의 5를 이미 확보한 상태라는 점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평당 가격이 천문학적이긴 하지만, 전체 사업규모에 비하면 추가부담분은 크지 않기 때문이다. 101억 중 조합이 소유권을 확보하지 못한 지분 소유자에게 약 17억원, 또 조합이 소유권은 확보했지만 근저당 설정권자에게 17억원이 배당된다. 남은 돈은 낙찰자인 조합에 돌아가게 된다. 조합은 101억 중 67억 남짓한 금액을 돌려받는 셈이다. 조합 땅을 조합 돈으로 낙찰 받아 조합 계좌에 다시 입금시키는 형태다.
일각에선 조합의 출혈이 과했다는 지적도 있지만, 소유권이 제3자에게 넘어가거나 경매가 지연됐을 경우 피해에 비하면 감내할만한 수준이라는 분석이다. 지역 부동산업계 한 관계자는 “만약 이번에 경매가 무산돼 재경매를 하게 될 경우 적어도 5~6개월은 걸리고, 이에 따른 금융비용은 눈덩이처럼 쌓인다”며 “조합은 두어 달치 이자로 남은 지분과 근저당권 문제를 해소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문제의 땅은 사업부지 한복판에 있는 좁은 골목길로, 반드시 소유권을 확보해야 하는 위치에 있다. 10여년 전 대구지역에 ‘시행’ 광풍이 불 당시 ㈜보경씨엔씨라는 개발업체가 해당부지를 매입했다. 당시 자산가인 박모(64)씨는 85억원을 빌려주며 135억원의 근저당권을 설정했다. 하지만 막차를 탄 보경은 사업추진 도중 좌초했다. 원리금은 158억원으로 불어났다. 이 상황에서 범어지역주택조합 측이 2014년 땅을 매입했으나 근저당권 문제는 정리하지 못하고 있었다.
조합이 본격적인 지분 정리에 나선 것은 지난해부터다. 남은 지분을 매입하고 근저당권 말소를 위해 공유물분할등기 소송을 제기했고, 지난해 9월 대구지방법원으로부터 임의경매개시결정을 받아 이번에 경매가 실시됐다.
경매일을 앞두고 조합원 400여명은 지난 23일 서울 논현동 라움아트센터 주변에서 “4.5평 골목길이 135억 진짭니까?” 등의 피켓을 들고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수성범어W는 수성구 범어동 189의2 일대 3만3,285㎡ 부지에 아파트와 오피스텔 1,868세대(실)를 짓는 초대형 공동주택건설 사업이다. 조합 측은 3월 현재 95.7%의 소유권을 확보했으며 상반기 중 착공한다는 계획이다. 분양가는 전용 84㎡ 기준층이 8억원 내외에서 결정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정광진기자 kjcheo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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