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쟁 이후 한 미군이 미국으로 반출한 강원 속초 신흥사 불교 경판이 65년 만에 돌아왔다.
대한불교조계종 제3교구 본사인 설악산 신흥사는 지난 18일 미국 시애틀에서 미군 출신 리처드 록웰(92)씨로부터 ‘제반문(諸般文)’ 목판 중 1점을 돌려받았다고 26일 밝혔다.
경판은 17세기 중ㆍ후반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사찰 의례 기록 문서다. 가로 48.2㎝, 세로 18㎝ 크기로, 양면에 글자가 새겨져 있다. 신흥사에 전해 오던 제반문 경판은 총 44점(88장) 내외로 추정되나, 한국전쟁 전후로 대부분 사라졌다. 이번에 환수된 경판은 제반문의 마지막 부분인 87~88장이다. 신흥사가 보존하는 경판은 이로써 14점이 됐다.
록웰씨가 수십년 만에 경판을 반환하게 된 사정은 이렇다. 미군 해병대에서 복무했던 그는 중위 때인 1954년 10월 강원 속초에서 수색 정찰 임무를 수행하며 신흥사를 찾았다. 이미 전쟁으로 황폐화된 상황이었고, 파괴된 전각 주변에 경판 등 유물이 널려있었다. 록웰은 현장에서 경판 1점을 주워 그 해 11월 미국에 가지고 갔다.
록웰은 경판이 중요한 유물이란 걸 뒤늦게 알게 됐지만, 한국에 돌려줄 마땅한 방법을 찾지 못했다. 지난해 1월에서야 강원 속초시립박물관과 연이 닿아 1953~1954년 자신이 촬영한 사진 279점과 경판을 기증하고 싶다는 의사를 전했다. 박물관은 해외 문화재 조사ㆍ환수 업무를 하는 국외소재문화재재단에 유물 가치를 판단해달라고 요청했고, 재단은 경판 유출 과정 등을 파악해 진품임을 확인했다. 신흥사는 지난달 유물 반환 의사를 공식적으로 전달 받았다.
경판은 26일부터 설악산 국립공원 소공원 내 신흥사 유물전시관 1층에 전시될 예정이다.
신지후 기자 hoo@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