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국 갈등에 일본인들 한국 관광 주저
의사 정문용(43)씨는 이달 초 일본 오키나와를 다녀왔다. 1년에 한 두 번 일본을 방문한다는 정씨는 문화와 음식, 기후가 익숙하다는 점을 일본 여행의 장점으로 꼽았다. 최근 한일 갈등이 일본행에 영향을 미치지 않냐는 질문에 정씨는 “미국과 관계가 안 좋으면 미국 제품 안 쓸 거냐”고 반문했다. 지난달 삿포로로 가족여행을 다녀온 대학원생 연모(25)씨도 “6년 전부터 매년 일본 여행을 했다”며 “앞으로도 양국 갈등 때문에 일본 여행을 주저하지는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해 일본을 방문한 한국인은 753만8,997명이다. 2015년(400만2,095명)에 비해 2배 가까이 급증했다. 한국과 일본 정부가 가시 돋친 말을 주고 받고 인기 관광지인 교토에서 혐한 시위까지 벌어지는 등 관광 환경이 예전만 못해도 한국인의 일본 관광 열기는 식을 줄 모른다. 일본 방문 한국인 수만 보면 관광 분야는 한일 갈등의 무풍지대처럼 보인다. 과연 그럴까.
한국을 찾는 일본 관광객 수는 300만명을 밑돈다. 지난해 294만8,527명으로 2017년(231만1,447명)보다 제법 늘었지만 2012년(351만8,792명)에 미치지 못한다. 일본인은 한일 갈등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반면 한국인은 영향을 받지 않는 모양새다. 한국 방문 일본인 관광객은 양국 간 현안이 불거질 때마다 큰 폭으로 감소하거나 정체를 보였다. 증가 추세에 있던 방한 일본인 관광객 수는 2012년 8월 이명박 전 대통령이 독도를 방문한 이후 급감했다. 한국 방문 일본인은 2012년을 정점으로 2013년 275만명으로 77만명이나 줄었고, 2015년에는 184만명까지로 떨어졌다.
환율 안정세를 발판으로 올 1~2월 방한 일본인 관광객은 지난해보다 25.2% 증가했다. 하지만 지난 12일 아소 다로(麻生太郞) 일본 부총리 겸 재무장관이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 판결에 대한 보복으로 비자 발급 정지까지 언급하자,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국관광공사의 한 관계자는 “아소 다로 부총리 발언 이후 현지에서 분위기가 안 좋다는 이야기를 듣고 있다. 특히 단체장이 책임을 져야 하는 수학여행과 기업 인센티브 등 단체여행 수요가 줄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밝혔다. 서울에 있는 일본홍보전문기업 ICC의 오나리 나오코(49)씨는 “강제징용 배상 판결에 대한 최근 일본 신문과 방송의 보도가 이전의 역사교과서나 독도문제 때보다 더 강경하고 과해 보인다”며 “기존 매체로 뉴스를 접하는 기성세대는 확실히 한국이라는 나라에 대해 부담스러워 할 수준”이라고 말했다.
최흥수 기자 choiss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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