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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남기의 중심잡기] 국가교육위원회 설치를 위한 제언

입력
2019.03.27 04:40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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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권∙당파 초월해야 할 국가교육위

위원 전문성, 이념 검증 기준 필요

정부로부터 독립적 지위 확보 절실

2002년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가 ‘21세기 국가교육위원회’ 설치를 공약으로 내건 이후 대통령 선거 때마다 위원회 설치는 단골 메뉴가 됐다. 하지만 그 공약을 실천한 대통령은 없었다. 그간의 흐름에 비추어 볼 때 이번 정부가 국가교육위원회 설치안을 발표하고, 당정청 협의를 통해 관련 입법 계획을 조율하는 것 자체만으로도 큰 진전으로 평가할 수 있다.

국가교육위 설치 필요성이 대두된 이유는 정권 교체에 따른 잦은 정책 변경, 갈등 심화, 미해결 난제 심화, 그리고 교육 실패 등이다. 교육 정책이 요동치고 제반 문제가 심화하는 핵심 이유 중 하나는 집권당이 교육을 자신들의 정치적 신념과 이익 구현의 수단으로 삼으려고 욕심을 부린 것이다. 하지만 경험한 것처럼 교육에 대한 부질없는 욕심은 정권을 무너뜨리기도 하고, 지지율을 급락시키기도 한다. 집권당의 교육 통제에 대한 환상을 내려놓는 것이 국가와 교육 그리고 집권을 위해서도 바람직함을 이제는 깨달을 때가 되었으리라.

각 정권이 그러한 욕심으로부터 자유롭도록 하기 위해서는 차제에 국가교육위 설치 법안이 반드시 통과돼야 한다. 위원회 설치 법안만 통과시켜도 대한민국 교육 발전에 기억될 큰 족적을 남기게 됨을 기억하면 조금은 마음을 비울 수 있을 것이다. 법안 통과를 위한 하나의 대안은 당정청이 만든 초안을 야당과 시민사회에 넘겨 이들이 주도해 수정안을 만들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나아가 현 정부에서 법이 통과되더라도 위원회 구성은 차기 정부에서 하도록 하여 불필요한 오해를 줄여줄 필요도 있다. 이 제안을 받아들인다면 미래 세대를 위한 현 정권의 진정성을 국민이 믿을 것이다.

국가교육위 법안 수정 기구가 위원 구성과 관련해 유념할 것이 있다. 위원회가 필요한 가장 큰 이유는 교육이 더 이상 정치적 충돌과 타협의 장이 되지 않게 하기 위함이다. 현행 안처럼 각 기관들의 몫이 따로 있고, 기관들이 자기 몫 위원 추천권을 직접 행사한다면 방통위 등 다른 국가 기관 사례에서 보듯 위원들은 추천 기관의 목소리를 대변하기 십상이다. 이 경우 위원회가 초정권적, 초당파적 조직으로서의 기능을 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교육을 차지하기 위한 집단 간 투쟁의 장 혹은 정치적 타협의 장으로 전락하게 된다. 위원회가 기대하는 역할을 하려면 위원 자격 조건에 헌법재판소 재판관 수준의 전문성 기준, 정치적 이념적 편향성 검증 기준 등이 제시돼야 한다. 이 기준에 부합하는 3배수 혹은 5배수의 후보를 각 기관이 추천하면, 검증과 최종 선정은 상대 기관이, 즉 여당 추천 후보 검증과 선정은 야당이 주도해 다양한 외부 전문가와 함께 하도록 하는 교차 추천권 제도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

국가교육위가 제 역할을 하려면 행정부로부터의 독립적 지위를 확보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집권당이 교육 지배 유혹을 떨치기 어려울 것이다. 위원들이 추천 기관의 눈치를 보지 않고 전문성에 기초한 목소리를 낼 수 있으려면 임기도 충분히 보장해야 한다. 갈등이 큰 사안이나 장기 계획 등은 국가교육위가 직접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위원회가 결정 참여자, 과정, 방법 등을 결정∙관리하는 역할을 하도록 하는 방안도 고려해야 한다.

국가교육위가 생기더라도 대통령제 하에서 정부가 관심을 기울여 챙겨야 할 세세한 사안은 교육부가 그 역할을 수행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만일 국가교육위가 그러한 역할까지 하도록 하려면 제4부의 역할을 하는 헌법상의 기구로 격상되어야 하는데 이에 대해서는 더 많은 논의가 필요하다.

타인은 이데올로기와 사리사욕에 영향을 받고 있다고 믿으면서도 자신만은 세상을 있는 그대로 본다고 믿는 사람을 ‘순진한 실재론자’라고 한다. 개인과 집단 사이의 갈등은 여기에서 비롯된다. 국가교육위 설치 논의 전 과정을 국민에게 공개적으로 진행한다면 참가자들이 순진한 실재론에서 벗어나 교육과 대한민국의 밝은 미래를 만들어가는 데 보탬이 될 것이다.

박남기 전 광주교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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