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영호 “북한, 러에 산소통 달아달라 할 것… 빨리 막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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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영호 “북한, 러에 산소통 달아달라 할 것… 빨리 막아야”

입력
2019.03.26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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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보 주최 '한국아카데미' 강연] 

 김정은, 조만간 푸틴과 정상회담… ‘제재 구멍’ 논의할 것 

 北노동자 이미 中에 단기파견… 러가 도우면 북미교착 지속 

[저작권 한국일보] 태영호 전 영국주재 북한공사가 25일 서울 더플라자호텔에서 열린 한국아카데미에서 하노이 북미회담 이후의 북한 동향과 향후 전략에 대해 강연하고 있다. 오대근 기자

2차 북미 정상회담 결렬 이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러시아 방문을 추진중인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태영호 전 영국주재 북한 공사는 “러시아와 중국이 북한에 대미 협상 국면을 버틸 수 있도록 ‘산소통’을 달아주는 것을 하루빨리 차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태 전 공사는 북측이 이미 중국에 북한 노동자를 단기 파견해 대북제재 우회를 시도하고 있으며 러시아와도 노동자 고용 문제를 논의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태 전 공사는 25일 한국일보가 한반도 비핵화 및 평화구축 협상의 현주소를 진단하기 위해 서울 중구 더플라자호텔에서 진행한 ‘한국아카데미 제2기’ 강연에서 “2차 북미 회담 결렬로 대북제재 장벽에 가로막힌 북한이 기댈 곳은 러시아뿐”이라며 이처럼 밝혔다. 태 전 공사는 “김 위원장의 의전을 담당하는 김창선 국무위원회 부장이 방러 일정을 마치고 25일(현지시간) 북한으로 돌아갔다”며 “김 위원장은 조만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만나 제재 구멍을 열어줄 수 있는지 점쳐보려 할 것”이라고 말했다. 2차 북미 회담에서 미국의 한반도 비핵화의 개념화와 로드맵 도출을 거부하고 나선 북측이 우호국인 러시아로부터 대미 협상 지연, 제재 회피에 대한 공감을 얻는다면 당분간 미국과의 교착 국면을 유지하며 ‘항전’을 이어갈 것이라는 뜻이다. 특히 지난 21일(현지시간) 미 재무부의 대북제재 ‘철퇴’를 맞아 운신의 폭이 좁아진 중국보다 러시아와 공조 가능성이 비교적 높다는 판단을 김 위원장이 내렸을 가능성이 있다고 태 전 공사는 분석했다.

구체적으로는 러시아, 중국에 외화 수입을 위해 북한 노동자를 파견할 방법을 두고 북측이 교섭을 시도할 것이라고 태 전 공사는 예측했다. 태 전 공사에 따르면 북중 사이에는 올해 초부터 북한 경공업 분야 노동자를 60일 미만 단위로 교체해가며 파견하는 방식으로 중국 측이 고용해주고 있다고 한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 결의 2397호에 의해 북한 노동자와의 고용 계약이 전면 금지된 상황에서 우리나라의 비정규 일용직과 같이 무비자ㆍ단기 채용하는 것은 제재 위반이 아니라는 논리로 북측이 중국을 설득했다는 것이다. 다만 러시아의 경우 장기간 고용이 필수인 탄광, 건설 분야 노동자를 필요로 하기 때문에 또다른 파견 방식을 러시아와 논의할 것으로 태 전 공사는 예상했다.

북측이 중국과 러시아에 매달려서라도 제재 우회 방안을 찾으려는 이유로는 이미 관광객 유치를 대비해 무리한 투자를 단행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이어졌다. 태 전 공사는 “김 위원장은 하노이 회담에서 대북제재가 풀려 금강산 관광이 재개될 것이라고 보고 금강산 바로 인근에 있는 갈마해안관광지구에 이미 170동의 건물을 완성했다”며 “이곳에 올해 여름철에만 한국인 관광객 100만명을 유치할 수 있을 것이란 희망적 구상이 있었는데 모두 막혀버린 상태”라고 전했다. 대규모 투자를 만회하기 위해서 외화 수입을 절실히 원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태 전 공사는 우리 정부가 조속히 중국,러시아에 특사를 보내 대북 압박을 함께 하도록 설득할 필요성도 제기했다.그는 “문재인 대통령이 하루 빨리 김 위원장을 직접 만나 ‘영변 외 미확인 핵물질 생산시설을 공개하지 않으면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 재개도 어렵다’는 점을 명명백백히 전달하는 한편, 중국과 러시아에 고위급 특사를 파견해 같은 메시지를 보내도록 요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하노이 회담 후 북한은 회담에 대한 평가를 며칠 만에 뒤바꾸는 등 전례없이 흔들리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회담 결렬에 놀란 김 위원장이 갈팡질팡하는 모습을 보이는 지금이야말로 주변국 압박을 통해 비핵화 담판에 다시 나서게끔 설득하기 적합한 시기”라고 강조했다.

김정원 기자 garden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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