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트리온은 자체 발굴한 비후성심근증 신약 후보물질 ‘CT-G20’의 일본 독점 판권 계약을 일본의 한 제약기업과 맺고 개발을 본격화한다고 25일 밝혔다.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 복제약)로 성장한 셀트리온이 화학의약품 신약 후보물질을 직접 발굴해 기술 수출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글로벌 제약사로 발돋움하기 위한 필수조건으로 꼽히는 독자적 신약개발을 가속화하는 신호탄으로 풀이된다.
셀트리온이 일본과 맺은 총 계약 금액은 2,500만달러(약 283억원)다. 계약 시점에 10%인 250만달러를 먼저 받은 뒤 이후 상업화 과정에 따라 단계별 기술료로 나머지 2,250만달러를 받는다. 양사 합의에 따라 일본 제약사 이름은 일정 기간 동안 공개되지 않는다.
셀트리온은 이번 계약으로 해당 신약 후보물질의 판권을 일본에 넘겼지만, 한국과 미국 유럽 등에서는 직접 개발, 판매를 계획하고 있다. 이에 따라 다음달 초 국내에서 CT-G20에 대한 임상시험을 시작해 2022년 종료할 예정이다.
비후성심근증은 왼쪽 심실의 벽이 두꺼워져 심장 기능이 떨어지면서 심장정지 돌연사, 심부전 같은 합병증을 일으키는 병이다. 셀트리온에 따르면 비후성심근증 치료제로 공식 허가받은 약은 현재 세계시장에 없다. 환자들은 대개 호흡 곤란이나 피로감, 가슴 두근거림 같은 증상을 줄여주는 고혈압이나 부정맥 치료제를 처방받는다. 환자 1인당 연간 약값은 약 2,500만원으로 추산된다.
셀트리온은 CT-G20이 상용화에 성공할 경우, 수요는 적지 않은데 공급되는 약이 없거나 부족한 ‘미충족 수요(Unmet needs)’ 시장을 공략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비후성심근증 미충족 수요 시장은 미국에서만 약 3조원 규모에 이를 것으로 셀트리온은 추정한다. 셀트리온 관계자는 “향후 CT-G20 개발 과정에서 미국 희귀의약품 지정 가능성도 타진해볼 계획”이라고 말했다.
셀트리온은 심혈관계 질환과 후천성면역결핍증(에에즈) 등을 치료 대상으로 하는 화학의약품 신약 후보물질을 CT-G20을 포함해 8가지 개발하고 있다.
임소형 기자 precar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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