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사사건을 담당하면서 스트레스를 받아 극단적 선택을 한 경찰관에게 공무상 재해를 인정해야 한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서울고법 행정11부(부장 김동오)는 2016년 사망한 경찰관 A씨 유족이 공무원연금공단을 상대로 “순직유족보상금 지급 거부 처분을 취소하라”며 낸 소송에서 1심과 마찬가지로 원고 승소 판결했다.
순경으로 임용된 뒤 경기도 한 지구대에서 근무하던 A씨는 변사사건을 맡아 처리하는 과정에서 일상생활에서 볼 수 없는 잔인한 장면들을 지속적으로 목격했다. 이 때문에 병원을 찾아 스트레스를 호소하거나 중증 우울증 진단을 받기도 했다. 그는 2016년 6월 휴가기간 중 음주 상태에서 운전을 하다 가로등을 들이받아 감찰조사를 받은 날, 집에 돌아와 극단적 선택을 했다. 유족은 “공무 수행에 따른 스트레스로 우울증이 발병해 극단적 선택을 했다”면서 순직유족보상금을 청구했지만 거절당하자 소송을 냈다.
1심은 “A씨의 공무와 사망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된다”면서 공무상 재해로 인정했다. 재판부는 “A씨가 공무상 스트레스로 발병ㆍ악화된 정신질환으로 합리적인 판단을 할 수 없는 상황에서, 감찰조사로 받은 정신적 충격이 더해져 극단적 선택에 이르렀다”고 판단했다. A씨가 순경 임용 이후 병원에서 진료를 받으면서 공무로 인한 스트레스를 지속적으로 호소했고, 변사자와 자신을 동일시하는 모습까지 보인 점으로 미루어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았다고 추정했다. 비록 A씨가 어릴 때부터 종종 죽고 싶다는 생각을 하기는 했으나, 그 실행이 순경 임용 이후에 비로소 이뤄진 만큼 공무상 스트레스가 주된 원인이라고 봤다.
2심 또한 공무상 재해라고 판단, 공단의 항소를 기각했다.
정반석 기자 banseo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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