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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할 오늘] 미야코 오도리(4.1)

입력
2019.04.01 04:40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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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교토 최고의 게이샤(게이코)들이 권력자가 아닌 대중을 상대로 펼치는 공연 '미야코 오도리'의 마지막 장면. miyako-odori.jp/
일본 교토 최고의 게이샤(게이코)들이 권력자가 아닌 대중을 상대로 펼치는 공연 '미야코 오도리'의 마지막 장면. miyako-odori.jp/

‘화류계’란 말이 고상한 의미로 쓰이는 예는 드물지만, 원래 ‘카류카이(花柳界)’는 일본 게이샤(藝者)의 세계를 이르는, 그들의 문맥에서는 무척 기품 있는 말이다. 일본 교토의 게이샤 명가 ‘이와사키 오키야(岩崎置屋)’의 게이샤(자신은 게이코 藝子란 호칭을 선호한다) 출신 작가 이와사키 미네코(1949~)는 ‘게이샤의 삶 Geisha a life(2002)’이란 책에서 화류계를 “스스로 꽃처럼 아름답고 버들처럼 우아하면서도 유연하고 강한 존재인 게이샤가 머무는 세상”이라 설명했다.

16세기말 권력자 토요토미 히데요시가 교토 야나기초에 유곽을 지어 공창(公娼)처럼 운영하게 한 게 게이샤 문화의 뿌리라 한다. 일본 최고권력자가 설립 후원한 만큼, 그 공간은 소수 특권층만 누릴 수 있던 곳이었다. 문화란 게 대개 그렇듯 게이샤 문화도 시류에 따라 탁해지고 스스로 맑아지고 했겠지만, 그 안에는 어떻게 치장하든 퇴폐ㆍ비속의 기운과 춤ㆍ노래ㆍ기악 등의 전통예술적 기운이 함께 스며있다.

알려진 바 교토 기온지역을 중심으로 아직 1,000명 남짓의 현역 게이샤가 활동 중이라고 한다. 그들은 10대 전후에 게이샤 양성소인 오키야(置屋)에 들어 기량에 따라 견습 게이샤인 ‘마이코(舞妓)’가 되고, 다시 5년 남짓 수련을 한 뒤 정식 게이샤인 ‘게이코’가 된다. 그들의 춤과 노래는 전통 발레 못지않게 엄격해서, 박자ㆍ리듬과 동작 하나하나가 고래의 것을 그대로 숙련, 답습해야 한다. 일류 게이코의 몸무게는 40kg 안팎. 그들은 기모노 성장에 머리 장식까지 다 합쳐 20kg에 육박하는 ‘짐’을 지고, 꽃처럼 버들처럼 춤추고 노래한다.

매년 4월 교토 시조도리 미나미자 극장에서는 시 관광협회와 기온가무회가 함께 여는 ‘미야코 오도리(Miyako Odori)’ 공연이 한 달 내내 열린다. ‘수도(首都)의 춤’이란 뜻이지만, 일본 수도가 도쿄로 옮겨진 지 4년 뒤인 1872년 시작됐다. 교토 최고의 게이코와 마이코 60여 명이 벚꽃 계절에 맞춰 소수 권력자나 갑부가 아닌 시민들에게 기량을 선뵈는 행사다. 하루 3, 4 차례 각 1시간씩 펼치는 그 8막 공연의 이름이 영어로는 ‘cherry blossom dances, 벚꽃 춤’이라 알려진 ‘미야코 오도리’다. 올해 공연은 4월 27일까지 하루 3차례 열리며, 입장료는 프리미엄 석이 5,500엔, 일반석이 4,000엔이다. 최윤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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