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디오 인터뷰서 북미관계 경색 해결 위한 적극적 조정자 역할 주문
미국이 대북 제재 회피를 도운 중국 해운사 2곳을 21일 제재하자 이튿날 북한은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 인원을 일방적으로 철수시켰다. 합의문 없이 끝난 지난달 하노이 담판 이후 3주간 북미관계는 이처럼 경색으로 치닫고 있다. 통일부 장관을 지낸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는 이 같은 경색 국면 해소를 위해 “우리가 구경꾼에서 행위자로 무대에 다시 올라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대표는 25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일방적으로 협의도 없이 연락사무소를 철수한 북한을 강하게 비판해야 된다. 미국에 대해서도 ‘당신들의 일방주의 가지고 이거 못 푼다. 우리에게 공간을 제공하라’(고 요구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우리도 역할을 하려면 부지런히 움직여야 한다”면서 북미관계의 적극적 조정자 역할을 정부에 주문했다.
정 대표는 북한이 연락사무소를 철수한 것은 우리 정부에 구체적인 역할을 요구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남쪽 하는 걸 보니까 한미동맹에 묶여서 한 발짝도 운신을 못하더라. 평양 정상회담까지 세 번 했지만 남측에 대해 똑바로 하라는 압박”이라고 말했다. 특히 정 대표는 지난해 연말 인플루엔자 치료제 20만명분을 보내주겠다고 했지만 아직 시행하지 못한 것을 예로 들면서 “남북 경제분야에 대해서는 아무 것도 안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연락사무소 철수 17시간 만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 재무부의 대북 추가 제재 철회를 지시했다는 트윗을 띄운 것은 북한과 러시아가 손잡을 것을 우려해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에 화해의 신호를 보낸 것으로 정 대표는 해석했다. 그는 “북한 경제는 미국 의존도는 없고, 중국과 러시아 의존도가 결정적”이라며 “작년에는 중국과 네 번씩이나 정상회담을 했고, 지금 국면에서는 러시아가 필요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런 북미관계 경색에도 북한이 연락사무소를 철수하면서 “남측 사무소의 잔류는 상관하지 않겠다”고 언급한 것이나 철수 사실을 북한 매체들이 전혀 보도하지 않는 것은 우리에게는 나쁘지 않은 신호라고 그는 분석했다. 정 대표는 “지금 당장 원포인트 남북 정상회담이 필요한 국면”이라면서 “김정은 위원장과 이 국면에 대해 공유하고 안을 만들어야 한다. 그리고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야 한다”고 조언했다.
허정헌 기자 xscop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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