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가 학생들을 성추행한 사례들을 설명하면서 '학생들이 정중히 상황을 피해야 한다'고 하니 어이가 없네요."
서울의 한 사립대에서 신입생을 대상으로 한 인권교육 중 강사가 성추행 교수를 두둔하는 듯한 발언을 해 학생들의 반발을 샀다.
25일 한양대 등에 따르면 이 대학 공과대학 신입생 A씨는 21일 진행된 신입생 인권교육에서 강사가 대학교수 성추행 사례를 제시하며 "교수가 술을 마시고 한 실수이며 학생들은 그런 경우가 생기면 자리를 피하려고 해야 한다"고 말했다며 "두둔하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해당 강의를 들은 또다른 학생 B씨도 "교수가 성추행을 했는데 피해 학생에게 원인을 돌리는 거냐"면서 "공개 강연인데 적절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문제가 된 강의는 공과대학 신입생 특강 중 진행된 '성폭력 예방 및 인권교육'. 대학 인권센터 소속 변호사가 강의를 맡아 했다. 학생 인권교육을 위해 마련된 강연이었지만 학생들이 오히려 불쾌감만 느낀 시간이 됐다.
강의를 맡은 해당 변호사는 "교수를 두둔하려는 취지는 아니었다"며 "상대방의 성적 접촉이 싫을 경우 명확하게 의사를 표현하라는 의미였다"고 해명했다.
그는 이어 "학생들이 어느 지점에서 불편함을 느꼈을지 이해한다"며 "성추행 예방이라는 게 민감한 지점이 있어 교육에 어려움이 있다"고 토로했다.
한양대 인권센터에 따르면 학생들은 의무적으로 성폭력예방 및 인권교육을 받게 돼 있다. 이번 특강도 '커리어개발'이라는 신입생 필수강의의 대체 수업이었고 시작 전 출석체크를 통해 학생들의 참석 여부를 기록했다.
하지만 이 대학에서는 정작 가해자가 되는 경우가 많은 교수 등 교직원에 대한 성폭력 예방교육은 학생 교육만큼 철저하게 관리하지 못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인권센터 측은 "교육 동영상을 학교 서버에 올려 교수들이 열람할 수 있도록 조처하고 있다"면서 "다만 동영상 시청을 강제하지는 않는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논란이 된 인권교육과 관련해서는 "학생들이 불편해할 수 있음을 인지하고 향후 교육 때 강의 내용이나 표현에 더 주의를 기울이겠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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