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니파 극단주의 무장조직 이슬람국가(IS)의 지구상 점령지가 23일(현지시간) 소멸됐으나, 그들의 위협은 여전했다. 아프리카 동부 소말리아와 서부 말리에서 이슬람 무장조직이 얽힌 테러와 내전으로 이날 하루 150명에 가까운 민간인이 희생됐다. 시리아와 이라크 지역의 IS 점령지는 탈환했으나, 일부 세력이 중앙 정부의 통제력이 약한 아프리카 일대로 흘러들면서 테러사태가 완전 종식되기에는 갈 길이 멀다는 지적이 나온다.
AP와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23일 소말리아 수도 모가디슈의 정부 청사 앞에서 2차례 폭발이 발생한 뒤 괴한들이 건물로 난입해 경찰과 총격전을 벌였다. 이브라힘 압달라 노동부 차관이 사건에 휩쓸려 청사 건물 내에서 사망하는 등 최소 15명이 숨진 것으로 전해졌다.
사건 발생 직후 국제테러조직 알카에다와 연계된 알샤바브는 이날 테러가 자신들의 소행이라고 주장하는 성명을 냈다. 이 조직은 2010년 알카에다에 대한 충성을 맹세한 뒤 소말리아에서 정부 인사나 미군 등을 상대로 게릴라식 공격을 벌이고 있다.
이들은 지난달 4일에도 상점ㆍ관공서 밀집 지역에서 차량 폭탄테러를 저질러 24명이 사망했고, 이어 28일에도 테러를 감행해 29명이 사망하고 80여명이 부상했다. 미군은 최근 몇 달간 알샤바브를 겨냥해 수 차례 공습을 하며 ‘대테러전’을 벌이고 있다.
같은 날 아프리카 서부 말리에서는 무장 괴한들의 공격으로 최소 유목 민족인 무슬림 플라니족 134명이 숨졌다. 지방정부는 이날 오전 4시쯤 무장세력 돈조(Donzo) 복장을 한 괴한들이 플라니족 거주지를 공격하기 시작했다고 로이터통신에 밝혔다. 살해된 주민 중에는 아동, 임산부, 노인이 포함돼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한 지역 주민은 로이터에 이번 공격이 알카에다 추종 조직과 연계된 종족 갈등에서 비롯됐다고 주장했다. 지난 17일 알카에다의 지령을 받는다고 자처하는 민병대가 말리 중부의 몹티에 있는 군 기지를 습격해 군인 23명을 살해한 것에 대한 보복이라는 얘기다. 1960년 프랑스에서 독립한 말리는 종족 분쟁과 이슬람주의 반군의 테러에 시달리고 있는데, 특히 알카에다와 연계됐다는 비난을 받는 풀라니족과 돈조족 민병대 사이에서는 분쟁이 끊이지 않고 있다.
로이터에 따르면 알카에다 조직과 연계된 지하디스트와 IS는 말리와 주변 부르키나파소, 니제르 등지에서 인종적 갈등 상황을 이용해 신규 병력을 보충하고 있다. 또 중앙 정부 통제력이 미치지 못하는 지역에서 준 정부조직처럼 활동하려는 모습도 보이고 있다.
아프리카 곳곳에서 이슬람 무장조직에 의한 테러와 분쟁이 끊이지 않으면서, 미국의 시리아내 IS 점령지 ‘완전 격퇴’는 선언됐지만 무장조직 잔류 세력들이 어디로 퍼져나갈지 모른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알샤바브 역시 2017년 중반 이후 내리막에 들어선 IS에서 빠져나온 전투 병력의 가세로 세력을 확장해 왔다.
말리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전개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지난 1월 알제리와 말리 합동보안위원회에서 합동위 사무총장을 맡은 알제리 내무장관 샬라헤딘 다문은 “알제리와 말리 모두 테러단체들이 조직적 범죄 자주 일으키는 지역”이라면서 “특히 앞으로 시리아와 이라크에서 패배한 IS 잔여세력이 이들 국가로 돌아올 위험에도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 평화연구소도 지난달 말 미 의회에 제출한 보고서에서 “이라크, 시리아, 소말리아, 말리 등에서 패배한 것처럼 보이는 극단주의 세력이 사실은 점점 더 야심차고, 획기적이고, 치명적인 모습으로 되돌아오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나실 기자 verit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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