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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주류 행보의 반란…백예린의 이유 있는 흥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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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주류 행보의 반란…백예린의 이유 있는 흥행

입력
2019.03.24 16:37
수정
2019.03.24 21:52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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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곡 ‘그건 아마 우리의 잘못은…’

6개 음원사이트서 사흘간 정상

“주류가 부른 인디팝” ‘JYP 스타일’ 벗어나 키운 팬덤

TV 출연 대신 소극장 공연ㆍ온라인에 자작곡 공개

가수 백예린은 “이룬 것 하나 없다 해도 이렇게 사랑 받고 기대 받고 기다려주는 분들 덕에 이것저것 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JYP엔터테인먼트 제공
가수 백예린은 “이룬 것 하나 없다 해도 이렇게 사랑 받고 기대 받고 기다려주는 분들 덕에 이것저것 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JYP엔터테인먼트 제공

123만 913명. 가수 백예린이 지난 18일 신곡 ‘그건 아마 우리의 잘못은 아닐 거야’를 낸 뒤 음원사이트 멜론에서 딱 24시간 동안 이 노래를 들은 사용자 수다. 아이돌그룹 블랙핑크 멤버 제니가 지난해 11월 발표한 ‘솔로’의 24시간 멜론 이용자(110만 6,862명)보다 많다. 백예린의 팬덤이 아이돌 못지않게 두텁다는 뜻이다.

백예린은 ‘그건 아마 우리의 잘못은 아닐거야’로 멜론, 지니 등 국내 주요 6개 음원 사이트에서 21일까지 사흘간 정상을 휩쓸었다. 19일 앨범 ‘쉬즈 파인’을 낸 ‘음원 강자’ 헤이즈도 백예린의 1위 행진을 꺾지 못했다. ‘그건 아마 우리의 잘못은 아닐거야’는 장기 흥행이 예상된다. 24일에도 멜론 차트 2위를 차지하고 있다.

인기 비결이 뭘까. 백예린은 마음을 울리는 음색을 타고났다. 아이유의 목소리가 따뜻한 봄바람을 닮았다면, 백예린의 목소리는 가을바람처럼 쓸쓸하다. 독보적 음색을 앞세운 주류 가수는 비주류적 음악적 행보로 개성을 강화하기 마련. 백예린은 JYP엔터테인먼트(JYP) 소속이다. 하지만 그는 친숙한 팝을 추구하는 ‘JYP 스타일’을 따르지 않는다. ‘그건 아마 우리의 잘못은 아닐 거야’는 가요보다 재즈에 가깝다. 곡 구성의 기승전결이 뚜렷하지 않고, 멜로디의 굴곡도 거의 없다. 흔한 ‘유행가의 공식’이 백예린의 노래엔 없다는 얘기다. 김성환 음악평론가는 24일 “백예린 음악은 인디 팝 같다”며 “주류이면서도 비주류적 음악으로 팬덤을 키운 독특한 사례”라고 의미를 짚었다.

‘그건 아마 우리의 잘못은 아닐 거야’가 실린 앨범 ‘아워 러브 이즈 그레이트’에는 블루스(‘아워 러브 이즈 그레이트’)와 모던록(‘지켜줄게’) 장르까지 담겼다. 백예린이 JYP 소속이 아닌, 인디 밴드 바이바이배드맨의 키보디스트 구름과 앨범을 만들어 가능했던 실험이다. 구름은 한국일보와 전화 통화에서 “백예린이 녹음에 진공관 마이크를 썼다”며 “만들어져 있는 음원 소스를 쓰지 않고 살아있는 소리를 담으려 했다”고 말했다. 백예린이 1950~1960년대 재즈 가수처럼 자연스럽고 부드러운 소리를 내려고 다양한 시도를 했다는 설명이었다.

백예린의 새 앨범에 실린 ‘디어 마이 블루’를 편곡한 재즈 피아니스트 윤석철은 “작업실에서 끊김 없이 한 번에 연주하고 녹음한 곡”이라고 작업 뒷얘기를 들려줬다.

백예린은 2012년 듀오 피프티앤드로 데뷔했다. 당시엔 ‘찬밥’ 신세였다. 같은 해 방송된 SBS ‘K팝스타’에서 우승한 박지민에 가려 그다지 주목 받지 못했다. 목소리에 잔뜩 힘을 주고 리듬을 뽐내는 팀의 음악색은 백예린에 어울리지 않았다. 백예린은 3년을 방황했다. 홀로서기를 택한 백예린은 2015년 솔로 1집 ‘프랭크’로 기지개를 켰다. 데뷔 앨범 타이틀곡인 ‘우주를 건너’로 주목받았고, 이듬해 낸 노래 ‘바이 바이 마이 블루’로 인기를 누렸다. 방송 출연 한번 없이 일군 성과였다.

백예린은 TV에 출연하는 대신 서울 홍익대 인근 작은 클럽 공연을 찾아 다녔고, 인터넷에 틈틈이 자작곡과 가창 영상을 올렸다. 김상화 음악평론가는 “백예린이 ‘JYP 관리’에서 벗어나 소박한 무대에서 노래하고 자연스럽게 음악을 만드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그에 대한 대중의 호기심이 오히려 커졌다”며 “3년 넘게 공식 활동이 없었는데도 이번 앨범에 대한 반응이 뜨거운 이유”라고 말했다.

양승준 기자 come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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