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남성과 여성 외에 남성도 여성도 아닌 ‘제3의 성(性)’을 공문서로 인정하는 주와 기관이 늘어나고 있다. 미국 일부 주에서 출생증명서, 운전면허증, 학교 입학 서류 등을 통해 제3의 성이 공식 성별로 인정 받자 미국의 민간 항공회사들도 뒤를 따르고 있다.
메릴랜드주 하원은 최근 운전면허증 신청자가 남성(M)과 여성(F) 외에 제3의 성인 X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을 찬성 91, 반대 47로 통과시켰다. 주 상원에 이어 주 하원을 통과한 이 법안에 대해 공화당 소속의 래리 호건 주지사가 거부권을 행사할 수도 있으나 아직 뚜렷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법안이 최종 확정되면 메릴랜드주는 운전면허증에 세 가지 성을 선택할 수 있게 하는 8번째 지역이 된다. 워싱턴 D.C가 2017년 처음 X성을 허용한 데 이어 캘리포니아, 콜로라도, 메인, 미네소타, 오리건, 아칸소로 지역이 확대됐다. 미국에선 운전면허증이 정부가 보증하는 신분증 성격을 띠고 있어 X성이 해당 주에선 공식 성별로 인정되는 것이다.
출생 증명서에 X성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지역도 조금씩 늘고 있다. 뉴욕시와 뉴저지주는 지난 1월 관할지역에서 태어나는 사람들이 의사 진단서 없이 X성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을 채택했다. 18세 전까지는 부모가 아이의 성별을 선택할 수 있으며, 18세 이후에는 본인이 스스로 변경할 수 있다. 출생 증명서에 X성을 허용한 지역은 캘리포니아, 오리건, 워싱턴주 합쳐 다섯 곳으로 늘어난 것이다.
교육당국도 이 같은 추세에 합류하기 시작했다. 워싱턴 D.C 교육 당국은 지난해 11월 새 학년부터 입학 신청서에 기재되는 학생들의 성별에 X성도 포함시키기로 했다. 교육 당국이 X성을 인정한 것은 미 전역에서 처음이다. 시민단체인 ‘젠더 스펙트럼’의 조엘 바움 이사는 “미 전역에 걸쳐서 교육 당국들이 남성이나 여성의 성 정체성을 갖고 있지 않은 학생들을 포용하는 방법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고 전했다.
제3의 성을 인정하는 공공기관이 늘어나자 민간 부문도 이를 따르고 있다. 유나이티드 에어라인은 22일 항공권 예매시 제3의 성을 선택하는 것이 가능해진다고 발표했다. 아울러 아메리칸, 델타, 사우스웨스트, 알래스카 등 다른 항공사들도 제3의 성별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고 AP 통신이 전했다. 미국교통안전청(TSA)은 항공권에 정부가 발행하는 신분증명서와 부합하는 성별 정보를 기입하도록 요구하는데, 운전면허증에 제3의 성을 추가하는 주들이 늘면서 항공사들도 뒤따르게 된 셈이다.
워싱턴=송용창 특파원 hermee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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