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드라마 ‘빅이슈’가 대형 방송사고를 터뜨렸다. 사전제작 시스템이 정착하지 않은 상황에서 나온 ‘한국형 사고’다. 방송 중에도 편집을 하는 경우가 있을 정도로 열악한 드라마 제작환경이 부른 ‘참사’다.
지난 21일 방송된 드라마 ‘빅이슈’는 컴퓨터그래픽(CG)이 제대로 덧씌워지지 않은 채 방송됐다. CG 화면과 촬영 화면이 일치하지 않거나, 제작진이 CG 외주업체에 장면 일부를 지워달라고 요청한 메모가 그대로 방송에 나갔다. 문제가 됐던 장면은 10여개에 달했다. 후반작업이 완료되지 않은 드라마가 버젓이 지상파 방송 전파를 탄 것이다. SBS는 "21일 방송 중 작업이 완료되지 못한 분량이 수 차례 방송됐다"며 "시청자 여러분, 연기자와 스태프께 고개 숙여 사과한다"고 22일 밝혔다.
방송사고는 드라마 ‘빅이슈’가 처음은 아니다. 2017년 12월 방영된 tvN 드라마 ‘화유기’도 2화에서 유사한 문제가 발생했다. 당시에도 미진한 CG 화면이 그대로 노출되었다. 배우가 매달린 와이어를 CG작업으로 없앴어야 했는데, 제대로 처리가 안 됐다. 급기야 ‘방송사 내부 사정으로 종료합니다’라는 문구를 남기고 방송을 조기중단하기까지 했다. 당시 tvN은 “컴퓨터그래픽 작업 지연으로 방송에 차질을 빚었다”고 사과했다.
2013년에도 tvN ‘응답하라 1994’가 10여분 간 지연 방송돼 시청자의 비난을 자초했다. 2011년에는 SBS 드라마 '시크릿 가든'과 '싸인'에서 방송사고가 났다. ‘시크릿 가든’은 최종화의 스케치북 고백 장면에서 스태프가 “두 번째 스케치북, 세 번째 스케치북”이라고 말하는 무전기 음성이 편집되지 않은 채 방송이 나갔다. ‘싸인’은 최종화에서 마지막 25분 간 방송 음향이 제대로 송출되지 않았다. 당시에도 제작진은 “촌각을 다투는 상황에서 드라마가 진행되다 보니 매끄럽지 못한 화면을 보여드려 죄송하다”고 말했다.
당일편집 당일방송이라는 악순환이 연이은 방송사고를 부르고 있다. 쪽대본과 빡빡한 촬영 일정 등으로 편집 등 후반작업 시간이 적으니 사고가 잇따른다. CG 편집은 대부분 외주업체에서 담당하며, 촬영과 편집이 실시간에 가까울 정도로 이뤄지니 악순환이 반복된다. SBS 드라마 ‘빅이슈’ 또한 외주업체가 CG를 맡았으며, 방송 당일이던 21일 오전에 촬영한 영상을 급히 편집하는 과정에서 해당 회차에 대한 검토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방송가에선 이제라도 드라마 사전제작 비율을 높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김두영 희망연대노조 방송스태프지부장은 “실시간으로 촬영과 편집, 방송이 동시에 이뤄지는 한 방송사고는 언제든 벌어질 수 있는 일이며 예고된 사고”라며 “사전제작 비율을 최소한 50%로 늘리는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강진구 기자 realnin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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