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보다 중요한 건 즐겁게 테니스를 치는 것”
로저 페더러(38ㆍ5위ㆍ스위스)가 결승전 패배에도 환하게 웃었던 이유가 공개됐다. 과거에 집착하지 않고 즐겁게 테니스를 치는 게 목표라는, ‘황제’다운 마음가짐이 그 이유였다.
지난 18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인디언웰스에서 열린 남자프로테니스(ATP) 투어 BNP 파리바 오픈 결승전에서 전 세계 테니스 팬들이 깜짝 놀랄만한 일이 벌어졌다. ‘신성’ 도미니크 팀(26ㆍ4위 ㆍ오스트리아)이 페더러를 꺾고 자신의 첫 번째 마스터스 우승을 차지한 것이다. 하지만 더 놀라운 일은 그 뒤에 벌어졌다. 준우승을 거둔 페더러가 시상식에서 밝은 미소로 팀의 우승을 축하해주는 모습이 카메라에 잡힌 것이다. 많은 팬들이 “페더러가 후배의 성장을 기특하게 생각해서 그랬을 것”이라고 추측하곤 했다.
페더러는 21일 ATP와의 인터뷰에서 자신이 웃었던 이유를 직접 밝혔다. 페더러는 “어렸을 적보다 ‘과거로 돌아가서 샷을 다시 친다면 다른 결과가 나왔을 텐데’ 같은 후회에서 벗어나는 것이 훨씬 쉬워졌다”며 “두바이와 인디언웰스에서의 내 플레이에 아직도 만족하고 있기 때문에 그렇다”고 말했다.
‘테니스 황제’에게 우승은 그저 덤일 뿐이었다. 파리바 오픈 결승전 패배로 자신의 101번째 우승기회를 놓친 페더러는 “또 다른 100번의 우승은 절대 나의 목표가 아니다”라고 단언하며 “단지 몇 회 우승을 더 추가하고 싶을 뿐”이라고 말했다. 이어 “물론 인디언웰스에서 그럴 기회가 있었지만 사람 일이란 게 그렇게 흘러가는 것”이라며 “그저 하던 일을 계속하며 또 다른 기회가 주어지길 바라는 게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다”고 덧붙였다.
페더러는 지금이 그 어느 때보다 즐겁게 테니스를 치는 시간이라고 고백했다. 페더러는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건강하고 즐겁게 테니스를 치는 것”이라며 “내가 지금 마이애미에서 이 자리에 앉아 느끼고 있는 바로 그 감정”이라고 말했다.
페더러는 시즌 두 번째 ATP 마스터스 대회인 마이애미 오픈에 출전할 예정이다. 이번 대회에서 4번 시드를 받은 페더러는 2회전에서 라두 알봇(30ㆍ46위ㆍ몰도바)과 격돌한다.
이승엽 기자 sy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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