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고 가격 시세 절반도 안 되는 18억… 주택 관련 채무 11억 이상 차감
최정호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가 9억원의 재산을 신고했다. 신고 당시 가족이 주택 4채를 보유하고 있었지만 신고 가격이 시세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18억원에 불과했던 데다가 주택 구입을 위해 낸 빚을 포함한 11억원 이상이 채무로 차감됐기 때문이다.
22일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에 따르면 최 후보자는 본인 및 가족 소유 건물 18억2,544만원과 예금 1억9,542만원 등을 재산으로 신고했다. 공직자윤리위는 지난해 12월 신분 변동이 발생한 전ㆍ현직 고위공직자 91명의 재산등록 사항을 관보에 공개하는데, 최 후보자는 지난해 12월 전북 정무부지사 직을 사임해 공개 대상에 포함됐다.
최 후보자는 본인 명의 건물 2채를 신고했다. 국토부 2차관이던 2016년 공무원 특별공급으로 받은 세종시 반곡동 아파트(전용 155.87㎡) 분양권 3억4,144만원과 경기 성남 분당구 정자동(84.78㎡) 아파트 5억1,200만원이다. 분당구 아파트는 장관 지명 직전 장녀 부부에게 편법 증여했다는 의혹을 받는 주택으로, 재산 신고 당시엔 최 후보자 소유였다. 배우자 명의로는 서울 송파구 잠실동 아파트(59.97㎡) 7억7,200만원, 어머니 명의로 인천 부평구 단독주택(143.82㎡) 2억원을 신고했다.
그러나 최 후보자 가족이 보유한 주택의 실거래가는 신고가를 훌쩍 웃돈다. 세종시 및 잠실 아파트는 각각 13억원 안팎, 분당 아파트는 9억원 안팎으로 거래된다. 모친 명의 단독주택을 제외해도 재산 가치가 35억원에 달하는 셈이다.
이러한 격차가 발생하는 건 공직자윤리법상 재산 신고는 공시가격 또는 취득가격으로 하도록 규정한 탓이다. 실제 이날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있는 7개 부처 장관 후보자들의 부동산 재산 신고가액이 시세의 60%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공교롭게 최 후보자는 시세 대비 신고가액 비율이 48.3%로 가장 낮았다. 딸 부부에게 증여한 아파트를 뺀 주택 3채의 시세는 28억6,000만원이지만 신고가는 13억8,200만원이었다.
최 후보자는 채무 11억7,254만원을 제외한 9억340만원을 순재산으로 신고했다. 이 가운데 부인 명의의 채무(7억1,000만원)는 잠실 아파트를 전세 주면서 받은 보증금이고, 본인 명의 채무(4억454만원)는 아파트 중도금 대출을 포함한 금융권 대출이었다. 태반이 주택과 관련된 채무인 셈이다.
최 후보자 가족은 주택 매입을 통해 상당한 시세차익을 거둔 것으로 알려져 오는 25일 인사청문회에선 투기 의혹이 쟁점이 될 전망이다. 세종시 아파트는 분양가(6억6,000만원)의 두 배 넘는 시세가 형성됐고, 재건축조합 입주권 형태로 사들인 잠실 아파트는 구입가(약 3억원)보다 10억원가량 오른 상태다. 경실련 관계자는 “제대로 된 재산공개가 이뤄질 수 있도록 공직자윤리법을 바꾸고 재산형성 과정도 같이 소명하도록 의무화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허경주 기자 fairyhk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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