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가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 판결과 관련한 대항조치로 한국 정부의 포괄적ㆍ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가입요청 시 이를 거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산케이(産經)신문이 22일 보도했다. 자국이 주도하는 다자간 경제동맹체에서 한국 정부에 대한 신뢰에 의구심을 제기, 거부권을 행사함으로써 한국을 압박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일본 측은 대법원 판결과 관련해 1965년 한일 청구권 협정 위반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11개국이 참여하고 있는 CPTPP는 지난해 말 국내법적 절차를 마무리 한 일본과 멕시코, 싱가포르, 호주, 뉴질랜드, 캐나다 등 6개국이 우선적으로 발효했다. 당초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버락 오바마 대통령 재임 시의 미국과 아시아ㆍ태평양 국가들이 주축이 돼 TPP(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를 추진했으나, 2017년 1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탈퇴 선언 후 내용과 명칭을 일부 수정해 CPTTPF를 출범시켰다. 올해 1월 도쿄(東京)에서 발효 후 첫 각료급 위원회를 개최, 신규가입 절차 등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정했다.
이에 따르면 신규가입을 희망하는 국가ㆍ지역은 사전에 모든 회원국과 비공식적 협의를 진행하면서 가입을 위한 교섭 개시를 요청한다. 위원회는 가입절차 개시 여부를 판단하는데, 교섭을 진행하기로 한 경우 회원국 정부 대표로 구성된 태스크포스에서 협상을 진행한다. 신규가입 모든 절차는 회원국의 만장일치로 결정되며 회원국 중 1개국이라도 반대할 경우 가입이 허용되지 않는다. 일본 정부는 이를 활용, CPTTP 가입에 관심을 보이고 있는 한국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산케이신문은 이와 관련해 “검토 배경에는 한일 양국간 약속을 지키지 않고 있는 문재인 정부가 다국간 약속도 준수할 수 없을 것이란 인식이 있다”고 주장했다. 또 문재인 정부가 위안부 문제와 관련해서도 ‘최종적이고 불가역적인 해결’을 약속한 2015년 한일 위안부 합의에 반하는 행위도 반복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같은 한국 정부의 행동을 비춰볼 때 “한국은 CPTTP도 준수하지 않을 것”이란 정부 관계자의 발언을 인용했다.
일본 정부는 지난 1월 한일 청구권 협정에 근거, 양국 정부간 협의를 요청했으나 한국 측은 “면밀히 검토 중”이라며 응하지 않고 있다. 이런 가운데 배상판결을 받은 신일철주금의 압류자산이 현금화 등 매각 절차에 들어갈 경우, 자국 기업에 대한 부당한 피해가 발생했다는 이유로 대항조치에 들어갈 방침이다. 산케이신문은 “일본 경제에 미치는 영향과 국제여론 동향을 고려하면서 조치의 적절성과 시기를 신중히 판단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앞서 아소 다로(麻生太郎) 부총리 겸 재무장관은 12일 국회에서 한국에 대한 대항조치로 “관세에 한정하지 않고 송금정지, 비자발급 정지라든지 여러 조치가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힌 바 있다.
도쿄=김회경 특파원 herm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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