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부 김모(46)씨는 요즘 식사 후 소화제를 찾는 일이 많아졌다. 특별한 병이 없는데도 식사 후 소화가 되지 않고 더부룩함을 느끼기 때문이다. 김씨와 같은 증상은 기능성 소화불량일 가능성이 높다.
기능성 소화불량은 다양한 증상으로 나타난다. 식욕이 없는 환자(식욕부진)도 있고, 조금만 먹어도 배가 부르게 느껴지거나(조기 포만감) 또는 식후에 과도하게 포만감(식후 포만감)을 느끼기도 한다. 위가 부풀어 가득 찬 느낌인 팽만감이나 구역, 트림 등을 호소하기도 한다. 하지만 기능성 소화불량은 원인을 파악하기 힘들어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는 이들이 많다. 홍성표 분당차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기능성 소화불량은 대체로 위에서 분해된 음식이 소장으로 넘어가지 못하거나, 반복되는 오심과 구토 등 기능적 문제가 요인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스트레스만으로도 기능성 소화불량에 걸릴 수 있어 관리가 필요하다. 고석재 경희대강동병원 한방내과 교수는 “자율신경은 위장 내 호르몬과 위장의 운동성을 조절해 소화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스트레스만으로도 심한 소화불량이 발생할 수 있다”며 “스트레스를 줄이는 것이 소화불량을 극복하는 첫걸음”이라고 말했다.
기능성 소화불량의 원인을 파악하기 위해 주로 시행되는 검사가 위 배출 검사와 위 전도 검사다. 위 배출 검사는 방사성동위원소를 섞은 음식을 섭취한 뒤 감마카메라로 복부를 찍어 음식물이 넘어가는 속도를 파악한다. 위 전도 검사는 심전도처럼 위의 운동 속도와 리듬을 파악한다. 두 검사 모두 위의 운동 기능이 정상인지 확인하기 위해 시행된다. 홍 교수는 “증상만으로 질환을 의심해서는 안 된다”며 “반드시 기질적 원인이 없는지 확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검사결과 스트레스나 우울증으로 인해 기능성 소화불량을 앓게 된 것으로 확인되면 정신건강의학과와의 협진을 통해 향신경ㆍ정신 약제 등을 처방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기능성 소화불량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식습관을 개선해야 한다. 더부룩한 속을 달래기 위해 탄산음료를 마시면 일시적으로 소화를 도울 수 있지만 소화기관의 정상적인 작동을 막고 자력 소화를 하지 못하게 하므로 오히려 역류성식도염 같은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
기능성 소화불량환자들은 맵거나 짠 음식, 자극적인 음식 등 위에 부담이 되는 음식을 삼가야 한다. 이들 음식들은 식도와 위 점막을 자극해 위염이나 소화성 궤양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홍성표 교수는 “일부 환자 중에는 속이 편하다고 죽을 주식으로 삼는 경우도 있는데, 죽만 오래 먹으면 에너지 부족과 체중감량이 초래될 수 있다”며 “규칙적인 운동으로 소화기능을 촉진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김치중 기자 cj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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