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살 국대 리베로, 24디그로 숨은 공신
10대 신인 이주아도 6득점 활약
챔피언결정전 1차전에서 승리한 흥국생명의 숨은 히어로는 35살의 큰언니와 19살의 막내였다. 베테랑 김해란(35)은 10대 같은 패기로, 갓 고등학교를 졸업한 막내 이주아(19)는 신인답지 않은 노련함으로 정상에 도전하는 팀의 든든한 버팀목이 돼주고 있다.
흥국생명은 21일 인천 계양체육관에서 열린 2018~19 V리그 여자부 챔피언결정전 1차전에서 ‘디펜딩 챔피언’ 도로공사를 3-1(25-13 10-25 25-18 26-24)로 제압했다. 5전 3선승제로 진행되는 챔피언 결정전에서 먼저 1승을 챙긴 흥국생명은 2승만 추가하면 되는 유리한 고지를 선점했다.
이날의 수훈선수는 누가 뭐래도 23득점 22디그로 맹활약한 공수겸장의 에이스 이재영(23)이었지만, 숨은 히어로도 있었다. 바로 ‘국대 리베로’ 김해란과 키 185cm의 막내 이주아다.
맏언니 김해란은 2005년 V리그 출범하기 전 실업리그부터 선수생활을 한 베테랑 중 베테랑이다. 여자배구 국가대표팀에서도 붙박이 리베로로 뛰며 후방을 단단히 지켰다. 지난 시즌부터 흥국생명 유니폼을 입은 김해란은 이날도 24디그를 기록하며 도로공사의 공격을 묵묵히 막아냈다.
김해란은 경기 후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예전에도 후배 선수들에게 중요한 경기에서 이기자고 말하면 부담을 갖고 긴장을 많이 했던 거 같다”라며 “그래서 이번엔 7라운드 들어간다고 생각하고 뛰자고 해서 분위기만 좋게 만드는 데 신경을 썼다”는 소감을 말했다.
김해란에게 이번 챔피언결정전은 남다르다. 긴 선수생활에도 불구하고 V리그 우승 경험이 아직 없다. 지난 3번의 도전에서 모두 준우승을 거뒀고 이번이 4번째 도전이다. 어느 때보다 간절할 수밖에 없다. 김해란은 “이번이 우승 최적기”라며 “좋은 기회인데 코트에서 욕심을 보이면 다른 선수들에게 지장이 생길 거 같아 그러지 않으려고 한다. 이번이 마지막이라고 생각한다”고 우승에 대한 의지를 다졌다.
이제 막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흥국생명에 입단한 이주아도 이날 신인답지 않은 노련함으로 6득점을 올리며 언니들의 뒤를 받쳤다. 데뷔한 첫 해, 처음 밟은 챔피언결정전 무대임에도 긴장한 기색이 보이지 않았다.
이주아는 2018~19 한국배구연맹(KOVO) 신인드래프트에서 흥국생명이 1라운드 1순위로 지명한 최고의 기대주다. 흥국생명은 이주아를 3라운드부터 붙박이 센터로 활용하고 있다. 올 시즌 평균 득점은 5.14점으로 화려하진 않지만, 이동 공격에 능한 블로커 역할을 다하며 흥국생명 공격진에 ‘다양함’을 더해주고 있다.
박미희 흥국생명 감독도 이주아에 대한 기대감을 숨기지 않았다. 박 감독은 “오늘은 박정아와 붙어 공격점유율이 낮았지만 챔피언결정전은 신인으로서 한 번 경험하기도 쉽지 않은 기회”라며 “오늘이 주아 선수한테 좋은 경험이 됐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인천=이승엽 기자 sy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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