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 인터넷전문은행 흥행에 먹구름이 짙어졌다. 간편송금 서비스 ‘토스’를 운영하는 핀테크 기업 비바리퍼블리카와 손잡고 인터넷은행 참여의사를 밝혔던 신한금융지주가 불참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소규모 특화은행” VS “생활 속 금융”
신한금융은 비바리퍼블리카 측과 인터넷은행 설립 방향, 사업모델 등에 상당한 입장 차가 있어 ‘토스뱅크(가칭) 컨소시엄’에서 빠지기로 했다고 21일 밝혔다.
양측의 설명에 따르면 비바리퍼블리카는 새 인터넷은행의 지향점으로 영국 독일 등 유럽에서 등장한 소규모 특화은행인 ‘챌린저 뱅크’를 내세웠다. 인터넷은행의 접근성을 활용, 금리 혜택을 주거나 다양한 혁신 서비스를 제공하며 소상공인 등 기존 은행에서 소외된 계층을 겨냥하려는 취지다.
반면 신한금융은 쇼핑 외식 숙박 여행 등 생활플랫폼의 분야별 대표 사업자들이 참여해 국민 모두가 쉽게 이용하는 포용성을 강조한 ‘오픈뱅킹’을 원했다. 특히 국민은행(케이뱅크)이나 우리은행(카카오뱅크)처럼 단순 재무적 투자자(FI)로 참여하기보다 15% 이상의 지분을 보유해 운영에도 적극 참여하려고 했던 신한금융 입장에서는 기존 은행 사업과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이는 챌린저 뱅크에 큰 매력을 느끼지 못했을 거란 분석이 나온다.
신한금융 관계자는 “14∼15일쯤 컨소시엄 구성안을 발표하려고 했으나 양측이 지향하는 바가 달라 함께 하고 싶은 기업들도 다를 수 밖에 없었다”며 “비바리퍼블리카 쪽에서 먼저 ‘사업 방향이 달라 함께 하기 어렵다’고 얘기해 심사숙고 끝에 최종 불참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신한금융의 이탈에는 토스뱅크 대주주의 자본조달 능력에 대한 의구심이 작용했다는 분석도 나왔지만, 양쪽 모두 이를 부인했다. 인터넷은행 최소 자본금은 250억원이지만, 제대로 된 은행을 영위하기 위해서는 수년 안에 자본금을 1조원 이상으로 늘려야 한다. 스타트업인 비바리퍼블리카가 최대 지분율(34%)을 유지하면서 자본금을 그 정도로 확대할 수 있을지 회의적인 시각이 있었다. 비바리퍼블리카 측은 “지난해 투자 받은 금액만 1,300억원으로 법적 자본금 충족에 문제 없고, 향후 증자가 필요할 경우 추가 투자를 적극 유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토스가 먼저 자본력과 노하우가 풍부한 신한금융에 함께 하기 어렵다고 얘기한 걸 보면 자본금이나 지분 문제 보다는 사업 방향 이견이 더 컸던 것 같다”고 했다.
◇토스 컨소시엄 변화 불가피
신한금융의 이탈로 토스뱅크 컨소시엄의 주주 구성 변화도 불가피하다. 토스뱅크 컨소시엄에는 손해보험사인 현대해상, 간편 회계서비스 ‘캐시노트’를 만든 한국신용데이터, 온라인 패션쇼핑몰 무신사, 전자상거래 솔루션 제공업체 카페24, 모바일 부동산 중개서비스 업체 직방 등이 참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비바리퍼블리카는 당장 신한금융이 당초 투자하기로 한 몫만큼 자본금을 댈 또 다른 투자자를 구해야 한다.
은행 업계 선두인 신한금융을 보고 컨소시엄 참여를 결정한 기업도 있을 수 있어 추가 이탈자가 나올 수도 있다. 실제 이날 현대해상도 불참 의사를 밝혔다. 현대해상 관계자는 “우리는 기존 인터넷은행들처럼 보편적인 은행 형태를 생각했지만 토스는 소상공인 등에 특화된 소규모 사업모델을 제시해 방향성이 맞지 않는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컨소시엄에서 신한금융이 빠지게 되면서 유일한 금융사이자 2대 주주 위치가 되자 은행 운영 경험이 없는 현대해상이 부담을 느꼈다는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비바리퍼블리카 관계자는 “자세히 밝히긴 어렵지만, 참여 의사를 밝힌 기존 주주를 포함해 잠재적 주주들과 논의하고 있다”며 “다음 주 초 컨소시엄을 확정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인터넷전문은행 흥행에 불을 지폈던 신한금융이 빠짐에 따라 토스 컨소시엄과 키움증권 컨소시엄이라는 양강 구도가 하나은행 SK텔레콤 등이 참여하는 키움증권 컨소시엄 쪽으로 기울게 됐다.
금융권 관계자는 “신한금융의 이탈로 토스 컨소시엄이 당국의 심사를 통과할 수 있을지도 장담하기 어렵게 됐다”라며 “최대 2개로 예상됐던 신규 인터넷전문은행 설립 개수도 달라질 여지가 생겼다”고 말했다.
박민식 기자 bemyself@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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