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 “해체 당시 축석방식 안 따라”… 문화제청에 “구조안전성 점검” 통보
문화재청이 오는 23일 공개한다고 예고한 국보 제11호 전북 익산 미륵사지 석탑의 모습. 왼쪽은 수리 전 미륵사지 석탑. 문화재청 제공

문화재청이 전북 익산의 미륵사지 석탑을 복원하면서 구체적인 사전검토 절차도 없이 축석(돌을 쌓는 작업)을 해 석탑 원형 구조를 망가뜨린 사실이 감사원 감사 결과 확인됐다. 1998년부터 20년간 총 225억원을 들여 보수했음에도 국내 최대ㆍ최고(最古) 석탑이자 국보 제11호인 미륵사지 석탑의 가치를 훼손하는 결과만 낳게 된 셈이다.

감사원은 21일 ‘국가지정문화재 보수복원사업 추진실태’ 감사보고서를 통해 문화재청 산하 국립문화재연구소의 미륵사지 석탑 보수 정비사업이 사전검토 없이 부실하게 진행됐다고 지적했다. 감사 결과에 따르면 연구소 측은 2011년 석탑 보수정비 설계용역을 진행하면서 2001년 해체 당시 적심(석탑 내부에 돌과 흙을 쌓아 올려 만든 탑의 몸체 부분) 내부의 축석 방식을 따르지 않고 새로운 방식을 채택했다. 기존 석탑은 모양이 일정하지 않은 석재들을 쌓고 틈새를 흙으로 채웠다면, 복원 시에는 별도의 충전재 없이 직사각형으로 가공한 석재들만 반듯이 쌓은 것이다.

국립문화재연구소는 이 과정에서 기존 축석 방식이 기술적으로 재현 가능한지, 또는 새 방식이 구조적으로 안전한지 여부 등을 검토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또 이미 석탑 2층 내부 석재의 가공작업이 진행 중이던 2016년 초에는 돌연 계획을 바꿔 3층부터 해체 전 축석 방식을 채택했다. 감사원은 “결과적으로 미륵사지 석탑 상ㆍ하부의 내부 적심이 다른 형태로 축석되는 등 일관성 없는 방식으로 복원됐다”며 “적심부 축석 방식을 변경하게 될 경우 석탑 구조 안정성을 재계산해야 했지만 이 또한 생략됐다”고 밝혔다.

미륵사지 석탑 3층 이상 적심부의 틈을 채우기 위한 충전재가 변경될 때도 사유 및 타당성에 대한 연구가 이뤄지지 않았다. 연구소는 2011년 설계용역을 통해 기존 실리카퓸을 배합한 무기질 바인더(천연광물에서 얻은 무기화학물질을 분말로 만든 접착 재료)에서 황토를 배합한 무기바인더로 충전재 계획을 바꿨으나, 황토의 경우 강도 등 성능이 낮아 타당한 근거가 보이지 않는다고 감사원은 지적했다.

국립문화재연구소와 문화재청의 이 같은 부실 복원작업 행태는 다음 달 말에 계획된 미륵사지 석탑 준공식을 한 달 앞두고서야 밝혀졌다. 백제 무왕(재위 600∼641) 대에 세운 미륵사지 석탑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크고 오래된 석탑으로, 목탑처럼 석재 수천여개가 짜맞춰 지어진 게 특징이다. 감사원은 문화재청장에게 “구조계산 등을 거친 실측설계도서 없이 축석된 미륵사지 석탑에 대해 구조안정성 검증 후 그 결과에 따라 적절한 조치 방안을 검토하라”고 통보했다. 문화재청은 이에 대해 “설계 변경 시 국립문화재연구소에서 설계변경도서에 준하는 도면을 작성해 시행했다”고 해명한 뒤 “감사원에서 제기한 구조적 안전점검 등을 실시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김정원 기자 garden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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