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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의 시 한 송이] 로라와 로라

입력
2019.03.22 04:40
2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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ㄹ이나 r, 모두 굴러가는 발음이지요. 굴러가면 불어나고 불어나면 눈사태를 불러오지요. 로라, 로라, 반복은 같은 얼굴이면서 같은 얼굴 속 비대칭인 오른쪽, 왼쪽이지요. 같으면서 다르다, 리듬이 생겨날 수 있는 이유지요.

세상의 모든 의자는 하나의 의자로 수렴될 수 있지요. 동시에 하나의 의자로 수렴될 수 없지요. 세상의 모든 의자는 각각의 의자여서, 한 개의 의자가 밤의 일부를 정지시킬 수도 낮 한 부분을 사라지게 할 수도 있지요. 코끼리의 긴 코는 사색의 포즈이고 홀로의 사색을 중단하면 포용의 사제가 되고 가장 긴 사색은 서늘한 시체에 담겨 있지요. 로라와 로라처럼, 개처럼 짖는 사람은 개처럼 고요해질 수 있는 사람을 내포하고 있지요.

로라는 애니메이션에 나오는 이름, 정치인 아내의 이름, 모델의 이름. 또 하나의 의자에 무심한 듯 유심하게 붙여본 것처럼, “가장 나이며 가장 나의 것이 아닌” 나의 이름. “가장 너이며 가장 너의 것이 아닌” 당신의 이름.

한 사람처럼, 두 사람처럼, 다섯 사람처럼…… 로라와 로라의 같음과 다름에 각각 닿는 세밀함이 저절로 생기는 것은 아니지요. 구분해서 볼 것은 구분해서 보고, 덩어리로 볼 것은 덩어리로 봐야 가능하지요. ‘로라’를 가리키는 같은 동작이어도, 무엇을 감추는 손가락이면 감추는 것이 보이고, 선명하게 ‘로라’를 가리키면 ‘로라’가 보이죠. 이것이 바로 로라와 로라의 힘이지요.

이원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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