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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지진’ 정부에 줄소송 예고…손해배상액 9조원 달할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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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지진’ 정부에 줄소송 예고…손해배상액 9조원 달할 수도

입력
2019.03.20 18:36
수정
2019.03.20 21:49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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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 1000여명 이미 소송진행… 승소 가능성 높아

경북 포항 북구 흥해읍 남송리의 정부 지열발전 프로젝트 현장. 한국일보 자료사진
경북 포항 북구 흥해읍 남송리의 정부 지열발전 프로젝트 현장. 한국일보 자료사진

2017년 발생한 포항지진이 정부 사업으로 추진된 지열발전 실험 때문으로 드러났다. 정부가 지진피해자들에게 수 조원을 물어줘야 할지 모른다는 얘기가 나온다.

20일 포항지진범시민대책본부(범대본)에 따르면 정부에 대한 손해배상 소송은 이미 진행 중이다. 지난해 10월 범대본은 피해 시민 71명과 함께 대구지법 포항지원에 손해배상 소송을 냈다. 지난 1월에는 시민 1,156명과 함께 2차 소송을 추가로 냈다. 내용상으로는 일단 지진 발생 공포로 인한 정신적 외상 등을 1인당 하루 5,000원~1만원의 위자료로 산정했다. 지역 부동산 가치 하락 등 재산상 손해에 대해서는 감정 결과가 나오는 대로 추가할 계획이다.

정부의 지열발전 때문에 지진이 발생했다는 조사 결과가 나옴에 따라 소송 규모가 천문학적으로 커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범대본 측은 최대 손해배상액 규모를 약 9조원으로 추정했다. 포항 시민 50만여명이 5년간 매일 5,000원의 위자료를 받고, 부동산 소유자 15만여명이 평균 3,000만원 상당의 부동산 가치 하락 및 수리비를 배상받을 경우를 가정한 금액이다. 소송을 진행 중인 이경우 변호사는 “이미 300여명의 시민이 추가 소송 의사를 밝혔고, 이번 발표를 본 시민들의 소송 참여 신청이 쇄도하면 소송 규모가 지금보다 10배 이상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포항시 또한 중앙정부가 마땅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면 시민들의 소송을 지원하겠다는 입장이다.

법조계에서는 땅에다 고압으로 물을 주입하다 지진이 촉발됐다는 이번 조사 결과 발표로 일단 범대본 측의 승소 가능성은 높아졌다고 본다. 지열발전 실험과 주민 피해간 인과 관계가 성립한 건 중대한 진전이어서다. 대법원은 공해 등 환경 관련 소송에서 그 동안 “개연성이 있다는 정도의 입증으로도 인과관계가 성립한다”고 봐왔다. 공해로 인한 해악을 엄격한 인과관계로 증명할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실제론 개연성 입증도 쉽지 않아 승소하는 경우가 매우 드물었다. 그에 비하자면 이번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한 소송은 훨씬 유리한 입지를 차지한 셈이다.

하지만 지열발전 실험이 지진을 ‘직접 유발’한 것이 아니라 ‘간접 촉발’했다는 내용이어서 정부의 책임 범위에 대한 다툼은 있을 수 있다는 의견이다. 환경법률센터 소속 정남순 변호사는 “지열발전소가 없었다면 지진이 없었을 것이라는 주장은 가능해진 상황에서 국가가 지진 상황을 예측하고 방지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는지 구체적으로 따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다 지진으로 인한 피해 범위를 어디까지로 볼 것이냐도 따져봐야 할 문제다. 비행장 인근 주민들의 소음공해 피해 관련 손해배상 소송에서 법원은 위자료 지급 판결을 내리되 비교적 엄격한 소음 측정 기준을 세워 피해 인정 범위를 제한해왔다.

정반석 기자 banseo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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