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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스트트랙 내홍에 정계개편 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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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스트트랙 내홍에 정계개편 오나

입력
2019.03.20 18:07
수정
2019.03.20 19:56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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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승민 “패스트트랙 절대 안 돼” 국민의당 출신들과 대립 양상 

 양 측 모두 탈당설엔 부인하지만 내년 총선 겨냥 결별 수순 관측 

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왼쪽)와 김관영 원내대표가 20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비공개 최고위원회의 겸 의원총회에 입장해 참석하는 의원들을 바라보고 있다. 바른미래당은 여야 4당의 선거제·개혁법안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 추진 과정에서 내홍이 격화되고 있다. 2019.3.20 연합뉴스
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왼쪽)와 김관영 원내대표가 20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비공개 최고위원회의 겸 의원총회에 입장해 참석하는 의원들을 바라보고 있다. 바른미래당은 여야 4당의 선거제·개혁법안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 추진 과정에서 내홍이 격화되고 있다. 2019.3.20 연합뉴스

여야 4당(자유한국당 제외)이 추진하는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의 핵심인 선거제 개편이 잠복해있던 정계개편 가능성을 촉발시키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캐스팅보트를 쥔 바른미래당이 20일 의원총회에서도 바른정당과 국민의당 출신간 이견을 좁히지 못해 갈등이 절정에 달하면서다. 한때 바른정당 출신들과 한솥밥을 먹었던 한국당은 패스트트랙 저지에 열을 올리며 이런 기류를 적극 활용할 태세다.

바른미래당은 이날 오전 9시부터 4시간 40분간 진행된 비공개 의원총회에서 장시간 토론을 이어갔으나 지난 14일 의총과 마찬가지로 뚜렷한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감정의 골만 깊어진 채 종료했다. 지난 의총에 불참했던 유승민 전 대표가 “아무리 좋은 선거법도 패스트트랙은 안 된다”며 손학규 대표의 패스트트랙 추진 방침에 공개적으로 정면 반박한 것이 관건이었다. 손 대표는 지난해 말 단식투쟁을 하며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골자로 한 선거제 개편에 사활을 걸었다.

3시간 만에 의총장을 나온 유 전 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선거법은 게임의 규칙에 관한 문제이기 때문에 다수당의 횡포가 지금보다 심했을 때도 끝까지 합의를 했던 것이 국회의 오랜 전통”이라며 “선거법만은 패스트트랙으로 가지 않게 당론으로 해달라고 말했다”고 밝혔다.

유승민 바른미래당 의원과 지상욱 의원이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선거법 관련 패스트트랙 처리 논의를 위한 비공개 의원총회를 마치고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19.3.20/뉴스1
유승민 바른미래당 의원과 지상욱 의원이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선거법 관련 패스트트랙 처리 논의를 위한 비공개 의원총회를 마치고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19.3.20/뉴스1

당내 반대여론을 뚫고 패스트트랙을 추진하려는 김관영 원내대표에 반발, 바른정당 출신 의원 중심으로 소집을 요구해 진행된 이날 의총에서도 이념과 정체성이 불분명한 바른미래당의 현주소가 고스란히 드러났다. 유 전 대표를 비롯해 유의동, 지상욱 등 바른정당 출신이나 이언주, 김중로 등 보수색채가 강한 의원들은 패스트트랙 추진에 반대한 반면, 손 대표, 김 원내대표, 김동철, 이찬열 등 국민의당 출신 의원들은 추진에 적극 찬성했기 때문이다.

바른미래당 내 불협화음은 각각 개혁적 보수(바른정당)와 합리적 진보(국민의당)를 표방하는 두 당의 합당과정에서부터 불거졌다. 정강ㆍ정책 작성에 대한 이견부터 지난해 6ㆍ13 지방선거 공천, 판문점 선언 국회 비준여부를 둘러싸고 사사건건 부딪쳐왔다.

상황이 이처럼 꽉 막히자 김 원내대표는 이날 의총 후 브리핑에서 “원내대표와 사법개혁특위 간사가 책임감을 갖고 협상에 임하고 최종협상안이 도출되면 다시 의총을 열어 최종 의사결정을 하기로 했다”고 못박았다. 특히 패스트트랙이 향후 의총에서 추인이 되지 않을 경우 ‘원내대표직 사퇴’라는 배수의 진을 치면서 결별 수순을 밟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그간 공개행보를 자제하던 유 전 대표마저 이날 손 대표에게 정면 반박한 것 역시 결별을 위한 명분 쌓기라는 해석이다.

그러나 당사자들은 탈당설을 전면 부인했다. 의총 소집에 앞장선 지상욱 의원은 라디오 인터뷰에서 “지난번 의총에서도 강력하게 (패스트트랙 추진에) 반대한 분은 있지만 탈당을 거론한 분은 한 분도 안 계셨다”며 “나가더라도 당헌을 파괴한 분들이 나가야 되는 것 아니냐”고 밝혔다. 당헌상 당론을 추진하려면 3분의 2 이상의 동의를 얻어야 하는데 그 과정을 생략하고 협상에 임한 김 원내대표 등에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것이다. 유 전 대표는 탈당 가능성을 묻는 취재진에 “이 정도로만 하자”며 말을 아꼈다.

당장은 아니지만 내년 총선을 앞두고 어떤 식으로든 분당 수순을 밟을 것이란 관측은 꾸준히 나온다. 지난해 6ㆍ13 선거에서 광역단체장은 물론 기초단체장 모두 패배해, 바른미래당 간판으로는 총선을 치르기 힘들다는 위기의식이 있기 때문이다.

한편 나경원 원내대표를 비롯한 한국당은 이 틈을 적극 파고들고 있다. 공개 회의석상에서 “바른미래당 의원들에게 패스트트랙에 참여하지 말아달라고 박수를 보내자”고 한 데 이어 지난 14일 기자들과 만나 “(바른미래당 의원들과) 접촉면을 늘리고 있고 한분 한분 설득하는 과정을 가질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정승임 기자 choni@hankookilbo.com

강유빈 기자 yub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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