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표 달성을 위해 구체적으로 어떤 노력을 했나요?” “공동체 생활에서 의견이 부딪혔을 때 극복한 사례가 있나요?” “인턴 생활에서 팀 내 불화가 생겼을 때 어떻게 대처했나요?”
지난 19일 오전 서울 소공동 롯데인재개발원 25층. 4개의 강의실에선 쉴 새 없는 질문 공세가 이어졌다. 롯데그룹 채용 면접이 한창이었다. 각 강의실에는 7, 8명의 면접위원과 1명의 입사지원자가 배정돼 40여분 간 질의응답이 오갔다. 지원자가 퇴실하며 면접 과정이 끝났나 싶었는데, 면접위원들은 어쩐 일인지 자리를 떠나지 않았다. 잠시 뒤 강의실의 한쪽 구석에 앉아 면접 과정을 참관하던 전성용 롯데건설 인프라연구팀 팀장의 총평이 이어졌다.
전 팀장은 “지원자에게 ‘최근 2, 3년’으로 기간을 한정해서 과거의 행동을 질문하는 게 좋다”며 면접위원들이 했던 질문의 보완점들을 조목조목 짚었다. 그는 “면접 도중 ‘충분히 노력한 것 같네요’ 같은 평가는 지원자가 스스로 (면접을) 잘했다고 생각할 소지가 있으니 신중해야 한다”거나 “만약 연이은 질문에 답을 못하는 지원자가 있다면 역량이 없다고 판단하라” 등 면접위원들이 귀를 기울일만한 조언들을 건넸다. 그는 실제로 신입사원 채용 면접 등 실전에 나서는 롯데의 베테랑 면접관으로, 강의실마다 전 팀장 같은 베테랑들이 배치됐다.
사실 이날 진행된 것은 ‘모의면접’이었다. 주인공도 지원자가 아닌 면접위원이다. 롯데는 각 계열사 내 우수 인재를 면접위원으로 발탁하는 ‘면접위원 인증과정’을 도입해 운영하고 있다. 2010년부터 시행된 이 과정은 채용 면접을 담당하는 면접위원을 체계적으로 육성하기 위한 제도다. 현재 그룹 내 2,400여명이 면접위원 자격을 유지하고 있으며, 매년 상ㆍ하반기 두 차례 인증과정을 거치고 있다. 상반기 면접위원 인증과정은 지난 11일부터 다음달 10일까지 예비면접위원 270명이 대상이다.
아무나 면접위원이 되는 건 아니다. 일단 자격은 입사 6, 7년차 이상인 간부급 직원에게만 주어진다. 이들은 먼저 ‘부면접위원’ 인증과정을 거칠 수 있고, 이 과정 평가에 합격한 후 면접 경험이 3회 이상이 되면 ‘주면접위원’이 될 수 있는 자격을 얻는다. 부면접위원은 3일간 세 가지 인증과정을 거친다. 첫째 날은 ‘면접이론’, 둘째 날은 ‘면접실습’을 진행한 뒤 마지막 날 ‘실습평가’, 즉 시험을 치러야 한다. 실습평가 결과에 따라 하위 20%는 탈락한다.
모의면접은 면접관들을 위한 면접실습 과정 중 하나다. 처음 겪어보는 테스트라 예비면접위원들은 진땀을 뺀다. 주로 자기소개서를 기반으로 탐색질문을 통해 지원자의 역량을 추론하는 식의 ‘역량면접’ 비중이 높다는 점에서도 테스트는 만만치 않다. 이번 인증과정에 참여한 박선호 롯데푸드 총무담당 매니저는 “두 명의 면접위원이 정해진 시간에 맞춰 여러 질문을 해야 하기 때문에 쉽지 않았다”고 말했다. 박경순 롯데캐피탈 채권관리팀장도 “지원자의 역량을 빨리 파악해 질문을 이어가는 게 어려웠다”고 토로했다.
면접위원들을 테스트하는 모의면접에 참여한 지원자들은 얻는 게 더 많다. 롯데는 이번 모의면접을 위해 서울 시내 12개 대학교와 연계해 취업을 준비하는 학생들을 사전 모집했다. 실제 면접 상황을 연출해 진행하기 때문에 학생들은 실전 경험과 함께 자신이 뭘 잘하고 잘못했는지 ‘피드백’까지 받을 수 있어 1석2조 효과를 얻는다.
면접위원 인증과정을 개발해 정착시킨 전영민 롯데인재개발원장(전무)은 “면접위원 인증과정은 그룹 내 인재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와도 연결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면접위원을 해본 임직원이 나중에 팀장이 되면 부하직원의 역량을 파악하는 데 더 빨리 눈을 뜨게 되고, 부하직원의 역량을 훈련하고 지도하는 등 리더로서의 능력도 향상된다”고 말했다.
강은영기자 kis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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