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나영 분당서울대병원ㆍ임선희 서울대병원 교수팀 연구결과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에 감염되면 대사증후군에 걸릴 위험까지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헬리코박터균은 위장 점막에 살면서 위궤양ㆍ십이지장궤양 등 소화성궤양과 위염ㆍ위암과 같은 위장 질환을 일으키는 세균이다. 세계보건기구(WHO) 국제암연구소(IARC)는 헬리코박터균을 1급 발암물질로 분류하고 있다. 한국인 10명 가운데 4명가량이 헬리코박터균에 감염돼 있다.
김나영 분당서울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ㆍ임선희 서울대병원 강남센터 교수 연구팀은 헬리코박터균 감염과 대사증후군 사이의 연관성을 분석한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대사증후군은 복부비만, 고중성지방혈증, 낮은 HDL 콜레스테롤혈증, 고혈압, 공복혈당장애 라는 5가지 요소 가운데 3가지 이상일 때를 말한다. 국내 대사증후군 유병률은 1998년 19.6~24.9%였지만 2013년 28.9~30.5%로 급증했다.
이러한 대사증후군은 심혈관질환과 당뇨병 위험을 키우며 스스로 인지하지 못하는 사이 심각한 질병을 일으키기 때문에 평소 예방과 관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또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해 발생하는 만큼 원인도 다양하다.
김나영 교수팀은 위에서 서식하지만 위 이외 기관에 영향을 미치는 헬리코박터균 감염과 대사증후군과 연관성을 알아보고자 했다.
연구팀이 전국 10개 대학병원ㆍ건강검진센터를 방문한 16세 이상 2만1,106명의 헬리코박터균 감염 및 대사증후군 유병률을 확인한 결과, 제균 치료경험이 없는 1만5,195명 가운데 43.2%(6,569명)가 헬리코박터균 항체 양성 소견, 즉 헬리코박터균에 감염된 사실을 확인했다. 또 1만5,195명 가운데 23.7%(3,598)가 대사증후군이었다.
헬리코박터균 감염그룹에서 대사증후군 소견이 나타날 때에는 27.2%(1,789명)로 감염되지 않은 그룹 21.0%(1809명)보다 유의하게 높은 수준을 보였다.
성별, 연령, 체질량지수(BMI), 거주지, 가계소득, 교육 정도 등의 인자들을 보정한 후에도 65세 미만에서는 헬리코박터균 감염이 대사증후군 위험을 1.2배 늘릴 수 있다는 사실도 확인됐다.
이번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Digestive Diseases and Sciences’) 최신호에 게재됐다.
김나영 교수는 “헬리코박터균 감염과 같은 만성적인 감염상태에서는 균이 염증성 사이토카인(염증성 물질)의 생산ㆍ분비를 촉진해 지질대사에 영향을 미치고 대사증후군을 일으킬 수 있다”고 했다. 김 교수는 “헬리코박터균에 감염되면 세균에 대항하기 위한 염증세포로부터 혈관 작용물질이나 산화질소가 분비돼 혈압에 영향을 끼친다는 가설이 있다”며 “또 인슐린 수용체에 변화를 일으켜 세포가 혈당을 잘 받아들이지 못하게 돼 대사증후군에 걸릴 위험이 커질 수 있다는 가설도 있다”고 했다.
한편, 65세 미만에서는 헬리코박터균 감염과 대사증후군 간에 연관성을 확인할 수 있었지만 65세 이상에서는 연관성이 없었다. 이에 대해 연구팀은 헬리코박터균 이외의 다른 요소인 고혈압, 당뇨병, 이상지질혈증과 같은 만성질환 자체가 대사증후군에 더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인 것이라고 설명했다.
임선희 교수는 “헬리코박터균을 제균 치료한다면 실제로 대사증후군 위험성이 감소하는지에 대한 연구라든가 인슐린저항성, 고혈압, 이상지질혈증 등 환자군을 대상으로 제균 이후 생존율 증가 등을 확인하면 확실한 인과관계를 증명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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